재능의 착각과 과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38. 재능 - 많은 사람들의 재능은 실제 있는 것보다 더 적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항상 너무 큰 과제들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4)



우리는 어떤 사람이 가진 재능의 크기를 그가 이뤄낸 '결과'로 판단하곤 한다. 니체는 그 결과가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유가 재능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과제가 너무 버거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말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 숨겨진 진실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공무원은 뛰어난 분석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가졌지만, 늘 대민 업무에 배치되어 힘들어했다. 그는 민원인의 복잡한 감정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곤 했다. 주변에서도 "저 사람은 행정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는 정책 자료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서는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문제는 '대민 업무'라는 과제 자체가 그의 재능보다 훨씬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맞는 과제를 만났을 때,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재능에 맞지 않는 '너무 큰 과제'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섬세한 감성과 탁월한 문장력을 가진 사람이 소음에 시달리는 공장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해야 한다면 어떨까? 그의 재능은 그곳에서 빛을 발하기 어렵다. 또,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사람이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상담 업무를 맡는다면, 그는 끊임없이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재능은 있는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과제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그 빛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니체는 재능을 평가하는 우리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결과를 보고 재능을 평가하지만, 사실은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주어진 과제의 크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은 정해진 크기가 아니라, 적절한 과제를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잠재력이 드러나는 역동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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