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화살은 누구를 향하는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07.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만 ㅡ 우리가 원래는 자신에게 불만을 느끼고 있으면서, 흔히 그러듯이 다른 사람에게 불만을 터뜨린다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판단들을 흐리게 만들고 기만하고자 하는 것이다 : 우리는 사후에 다른 사람의 실수와 결점을 동해 이 불만에 동기를 부여하려 하고, 자기 자신을 보려 하지는 않는다 - 자기 자신에게 가차없는 재판관이기도 한 종교적으로 엄격한 사람들은 동시에 인간성 일반에 대해 가장 많이 나쁜 욕을 해왔다 : 자신에게는 죄를, 다든 사람에게는 덕을 넘겨주는 성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 마찬가지로 부처의 법도에 따라 자신의 선을 사람들 앞에서 숨기고, 자신의 악만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사람도 한 번 도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6)



세상은 불공평하고,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직장 상사가 유독 나에게만 까다롭게 구는 것 같고, 친구의 무심한 한마디에 서운함이 폭발하며, 세상이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애쓴다. ‘그 사람’ 때문에, ‘이런 환경’ 때문에 내 삶이 힘들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자신에게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종종 그 감정을 다른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교묘하게 위장한다.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내 안의 부족함, 실패에 대한 불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더 쉬운 길을 택한다. 타인의 사소한 결점을 크게 부풀리거나 세상의 부조리함을 탓하며, 자신의 내면적 고통을 외부의 문제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문제가 없지만, 세상이 문제다’라는 안도감을 얻으려 한다.


자신의 업무 능력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동료의 작은 실수를 유난히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동료의 실수를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불안감을 잠시 잊고,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연인에게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애정이 식었다는 증거를 찾아내려 애쓴다. 이는 관계의 문제라기보다,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의심에서 비롯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결점은 종종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니체는 자신에게 가차없는 재판관인 종교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인간 전체에 대해 가장 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말한다. 이는 자기 자신을 향한 과도한 엄격함이 결국 외부를 향한 공격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 안의 ‘악’과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은 세상이 온통 ‘악’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결국 세상에 대한 불만은 자기 자신과의 불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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