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16. 현재와 소원해져서ㅡ 자신의 시대에서 한 번쯤 심각할 정도로 소원해져서 그 시대의 바닷가에서 과거의 세계관들의 대양으로 밀려가보는 것에는 커다란 장점들이 있다. 거기에서 해안 쪽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아마 처음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해안에 다가가면 그곳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그 해안을 휠씬 전체적으로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2)
나는 우리 모두가 '현재'라는 거대한 물속에 사는 물고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매일 스마트폰을 보고, 동시대의 뉴스를 접하며, 지금 유행하는 생각들을 숨 쉬듯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너무나 '지금'에 딱 붙어 있어서,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익숙함이라는 틀 안에 갇혀, 나의 시야가 좁아지는 것에 가끔 불안감을 느낀다.
니체는 우리에게 잠시 자신의 시대로부터 '소원해지는' 경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는 우리가 딛고 선 '현재'를 '해안가'라고 하고, 이 해안가에서 잠시 밀려나 "과거의 세계관들이라는 대양"으로 배를 띄워보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대양'은 단순히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지혜, 르네상스의 자유로운 생각, 혹은 내가 잊고 있던 부모님 세대의 가치관처럼, 나의 '지금'을 비추어줄 거대한 거울이다.
나는 한때 '성공'이나 '행복' 같은 기준이 세상의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으며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있다. 나의 모든 고민과 목표가 그 기준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고전 철학을 읽었을때, 그리고 지금처럼 니체의 아포리즘을 공부할 때 나는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대양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니체는 과거에 영원히 머무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드시 '해안가', 즉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이 '귀환'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온 자는, 한 번도 그 해안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현재를 깊고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이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현상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선택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하나의 결과‘임을 알게 된다.
때때로 내가 발 딛고 선 현재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과거의 대양'으로 떠나보는 것이 지금 여기'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