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269. 15분 빨리-우리는 간혹 자신의 시대를 넘어선 견해들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통속적인 견해들을 선취하는 것에 불과한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는 여론을, 그것이 여론이 되기 전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그는 당연히 통속적이 될 만한 이견해를 다른 사람들보다 15분 빨리 수중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실제로 위대한 사람들과 탁월한 사람들의 명성보다 흔히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책세상, 2019. p.267)
어떤 사람들은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던 이야기들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아챘을 뿐인데도 큰 주목을 받곤 한다. 그들은 마치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선지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앞으로 10년 안에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 통속적인 견해를 '겨우' 15분 먼저 포착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니체가 말했듯, 그들은 여론이 형성되기 직전의, 이미 대중화될 경향을 지닌 의견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손에 넣었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15분 빠른 통속'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으로 위대하거나 탁월한 인물들보다 더 높은 명성을 누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유행처럼 번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트렌드를 재빨리 알아채 자신의 의견인 양 포장하고 주목을 받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선지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미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대중적인 흐름을 남들보다 조금 먼저 감지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2000년대 후반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가 확산될 무렵, 몇몇 '파워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대중의 삶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일상 공유'와 '개인 브랜드화'라는 흐름을 빠르게 포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마치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미 대중이 갈망하기 시작했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남들보다 먼저 실행에 옮긴 것에 가까웠다. 그들의 주장은 언뜻 보기에 신선하고 혁신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대중의 잠재적인 공감대를 얻을 준비가 된, 곧 통속화될 의견의 변주일 가능성이 높다.
대중은 종종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거나, 오랫동안 굳어진 관념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사상보다는, 자신들의 현재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새로움을 가미한 의견에 더 쉽게 공감하고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익숙한 멜로디에 세련된 편곡을 더한 음악이,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실험적인 음악보다 더 큰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15분 빠른 통속'은 대중의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잠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포장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사실은 시대를 앞서가는 위대한 사상가나 혁신가들은 종종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하고 고독한 투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들의 삶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그들의 견해는 너무나 새롭고 급진적이어서 대중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기존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 비난과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별처럼, 그들의 진정한 가치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뒤늦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당장의 명성보다는 진실과 본질을 좇으며, 미래 세대가 비로소 이해하고 찬양할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다. 니체가 그런 것 같다.
나는 이 두 유형의 명성을 보며 삶의 아이러니를 다시금 생각한다. 빠르게 얻은 명성이 반드시 진정한 위대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걷는 이들이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지금, 당신의 삶에서 어떤 종류의 '빠름'을 추구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빠름 속에서 놓치고 있는 '진정한 가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