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 나의 이야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13. 삶의 수확으로서의 삶- 인간은 자신의 인식으로 아주 멀리 자신을 펼쳐나갈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객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의 전기(傳記)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399)


나는 세상을 얼마나 넓게 이해하고 있을까?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나의 인식을 확장하려 애쓴다. 마치 우주를 탐험하는 탐험가처럼, 더 멀리 나아가고 더 많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문득,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나 자신의 이야기, 즉 '나의 전기(傳記)'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니체의 통찰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인식으로 아주 멀리 자신을 펼쳐나갈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객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고, 복잡한 이론을 배우며,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조차도 제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려 애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가의 견해를 경청하며, 다양한 관점의 책들을 탐독한다. 객관적인 지식을 쌓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할수록, 마치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니체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의 전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더라도, 그 모든 정보는 결국 나의 경험, 나의 가치관, 나의 감정이라는 필터를 거쳐 해석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결국 '나'라는 주체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진실된 사실이다.


나는 이 '자기 자신의 전기'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모든 순간, 모든 선택, 모든 만남은 결국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에 한 줄씩 더해지는 기록이다. 기뻤던 순간, 슬펐던 기억, 성공의 짜릿함, 실패의 아픔…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의 삶을 구성하는 유일무이한 서사를 이룬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해도,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공감할 수 있지만, 그 경험을 '나의 것'으로 온전히 살아낼 수는 없다.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환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각자의 주관적인 렌즈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주관성은 때로는 한계가 되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이 없다면, 세상은 모두에게 똑같은 풍경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나의 전기가 없다면,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삶의 수확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는지, 얼마나 객관적으로 세상을 파악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얼마나 충실하게 '나의 전기'를 살아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냈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들이며, 그 이야기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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