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35. 불안에 대한 상상-불안에 대한 상상은 저 불쾌한 원숭이를 닮은 요괴 코볼트와 같다. 그것은 인간이 이미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 때 또 인간의 등에 뛰어오른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404)
나는 가끔 마음속에 불쑥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그림자에 대해 생각한다. 분명 지금 당장은 괜찮은데도,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일들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마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짐을 짊어진 듯한 기분이다. 니체는 "불안에 대한 상상은 저 불쾌한 원숭이를 닮은 요괴 코볼트와 같다. 그것은 인간이 이미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 때 또 인간의 등에 뛰어오른다"고 말한다. 나는 이 통찰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미 힘든 상황인데도, 불안이라는 이름의 코볼트가 내 등에 또다시 올라타 나를 더욱 짓누르는 경험을 나는 너무나 자주 해왔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한 '코볼트'는 내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예측 불가능한 짐을 지운다.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 예상치 못한 재정적 어려움, 혹은 인간관계의 갈등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그 짐만으로도 버겁다. 그런데 이때, 불안이라는 코볼트가 슬그머니 다가와 내 등에 또다시 뛰어오른다. '만약 이게 더 나빠지면 어쩌지?', '나는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나는 없는 문제까지 만들어내 스스로를 괴롭힌다.
나는 얼마 전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이 코볼트와 씨름해야 했다. 이미 주어진 업무량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웠는데, '혹시 내가 실패하면 어쩌지?', '팀에 피해를 주면 어쩌지?',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밤낮으로 나를 따라다녔다. 잠을 자려 누워도 머릿속은 온갖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가득 찼고, 결국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 불안은 실제 문제보다 더 큰 짐이 되어 나를 짓눌렀고, 나는 이미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코볼트를 등 위에 짊어지는 걸까? 나는 그것이 '상상'이라는 먹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그 상상력이 지나쳐 현실을 왜곡하고 불필요한 불안을 만들어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미리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코볼트는 우리의 불안한 상상력을 먹고 자라나며, 결국 현실의 문제보다 더 거대한 존재로 변모한다.
이러한 불안은 종종 완벽주의나 통제 욕구와도 연결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이것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이다. 코볼트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어 우리의 등에 올라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쾌한 코볼트를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나는 몇 가지 길을 찾아보려 한다. 첫째, 불안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는 것이다. 코볼트가 등 위에 뛰어오르려 할 때, '아, 불안이 또 찾아왔구나' 하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상상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신, 최선의 시나리오나 현실적인 해결책을 상상하며 불안을 해소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불안이라는 코볼트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다.
결국, 불안에 대한 상상은 우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코볼트가 등 위에 뛰어오르려 할 때, 그 존재를 인식하고, 상상이라는 먹이를 주지 않으며, 현재에 집중하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나의 등에 올라타려는 코볼트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으려 한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등에 올라탄 코볼트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