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말보다 깊은 침묵의 가치

by 이시영

1.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될 경우에만 말해야 한다 ; 그리고 극복해 낸 것에 대해서만 말해야한다.-다른 모든 것은 잡담이고 ‘문학’이며 교양의 부족이다. 내 저서들은 오직 나 자신이 극복해낸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그러나 체험한 것과 살아남은 것, 나중에 그것을 인식하기 위하여 나 자신의 사건이나 운명에서 껍질을 벗겨내고 채굴하여 들추어내고 ‘묘사하려는’ 욕망이 일어나기까지는 나는 항상 시간, 회복, 먼 거리, 간격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모든 저서는, 물론 중요한 예외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9)



니체는 우리에게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숙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포도가 와인으로 변모하듯, 우리의 경험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나는 겪는 모든 일을 즉각적으로 말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감정에 휩쓸려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혼탁한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감정적인 혼란 속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런 경우 필요한 것이 침묵이었다. 내가 극복하지 못한 것들을 함부로 표현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니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거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만들어냈다. 마치 고고학자가 유적을 발굴하듯, 니체는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숨겨진 의미를 찾아냈다. 침묵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다.

화면 캡처 2024-11-20 2052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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