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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공돌이 Aug 27. 2016

차탁 만들기

여물통의 변신

어느 날 시를 쓰시는 이모에게 연락이 왔다.

인택아 차탁 하나 만들어 줄 수 있겠니?
차탁이요?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소 여물통을

받아오게 되었다.

사포질 하기 전 소 여물통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들이 들었다.

여물통을 처음 봤을 때는 지저분한 느낌만 있었다.

나무 재질은 오동나무였기 때문에 가볍고 좋았다.


처음에는 좌우에 하부에 받침을 만들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게 되었다.

여물통은 여물통만의 세월을 품고 있었다.

그것에 인위적인 것을 더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포질을 하여 면을 다듬어야겠다는

생각만 하였다.


사포질 완료 후 소 여물통

사포질이 끝나자 여물통은 나무 자체의

뽀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마치 10년 묵은 때를 벗긴 느낌이랄까?


사포질이 끝나자 오일로 마감 처리를 하는데

나무 자체 특유의 색이 올라왔다.

이건 마치 죽은 고목에
꽃이 피는 듯 한 느낌이랄까?


너무나 그 느낌들이 좋았다.

오일을 발라 갈 때마다

그 자리에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일처리 후 소 여물통


오일처리 완료 후 소 여물통

소 여물통을 처음 봤을 때 이게 과연

멋진 차탁으로 태어 날까?라는 의심을 계속했었다.

하지만 그런 의심들은 무참이 깨져 버렸다.


세월의 흔적이란 것은 어쩌면 그대로 일 때가

가장 멋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건 어쩌면 비단 나무 만의

문제는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세월을 살아가면서 고스란히

우리들 몸에 남아 있는 흔적들

그 흔적들을 지우려 우리는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좀 늙어 보이면 어떤가?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일 뿐인데....
굳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될 문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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