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1. 타투는 귀엽고, 인생은 좀 시끄럽고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21

by 한자카


Chapter21.


“타투는 귀엽고, 인생은 좀 시끄럽고”


주말권 아침ㅡ


회장님은 외부일정 없이 온종일 회사 안.

회의, 또 회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내부 일정.

그걸 기다리는 내 눈꺼풀도 슬슬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며칠 전 회장님이 쓱 내민 고급 호텔 사우나 이용권 10장.

“이거 시간 날 때 한번 다녀오게.”

그 말이 오늘 갑자기 유효하게 들렸다.


오케이, 이 회의의 강을 건너면 냉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에서 도보로 10분.

로션 하나 주머니에 챙기고, 운동화 끌고 천천히 걸었다.

그때가 아마 9시 반?


사우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고급진 분위기.

응? 오… 괜찮은데?

로비도 조용하고, 이용객도 많지 않았다.

슬쩍 둘러보니 전형적인 회사원은 없고, 여유로워 보이는 어르신들

몇 분만 계셨다.


티켓을 내밀고 입장.

프런트에서 락커 키를 받고 지정된 자리에 가서 옷을 벗는데,


“고객님,”

어디선가 나타난 직원이 내 몸을 슬쩍 훑더니 말을 붙인다.

“죄송하지만, 저희 호텔은 문신이 있으신 분은 출입이 어렵습니다.”


…응?


“아, 이거요?”

나는 당황한 척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거 문신 아니에요. 그냥 타투인데요? 귀여운 거잖아요?”

작게 새겨진 미키마우스 얼굴 하나. 그리고 알 수 없는 레터링, 캘리그래피?

누가 봐도 갱스터보단 캐릭터에 가까운 녀석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타투든 문신이든, 규정상 출입이 어렵습니다.”


잠깐 정적.


“아니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나가요?”

나는 슬쩍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로션도 챙겨 왔는데… 옷도 이미 반쯤 벗었는데요…”

약간 불쌍한 표정을 덧붙였다.

그 순간, 직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 음…”

그는 내 몸을 다시 한번 유심히 보더니 말이 잠깐 멈췄다.

그가 당황한 건 타투가 아니었다.

내 다리에 남은 화상 자국, 꿰맨 자국, 여기저기 긁힌 오래된 흔적들..

과거의 상처들이 아직까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아마 그건 예기치 않은 장면이었을 거다.

장난기 넘치는 귀여운 타투 위로 겹쳐진 실제의 흉터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손님이 많지 않으니까, 이용하시죠.”


나는 깊게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사우나로 들어갔다.


안에는 예상대로 조용했다. 은은한 증기, 부드러운 조명,

서너 명의 어르신들이 나른하게 앉아 있었고

냉탕은 왠지 묘하게 맑고 조용해 보인다.


나는 대충 샤워 후 그 냉기에 몸을 담갔다.

처음엔 차가운 물, 다음은 뜨끈한 탕,

그리고 그 중간에서 조용히 들숨과 날숨을 이어가며 앉아 있었다.


피로가 빠지는 느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은 규칙위반을 넘어서며 조용히 허락받은 듯한 예외의 성취감!?


세상은 언제나 무언가를 보고 판단하려 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


탕에서 나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몸에 새기는 걸 ‘문신’이라 부르지만 사실 진짜 이야기는, 그 문신이 아닌

흔적들에 담겨 있다.



“몸은, 결국 그 사람의.. 과거를 말하는 흔적이자 이력서 일지도,


이전 20화Chapter20. 부장님의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