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말고, 방법이 궁금한 당신에게
사실,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그냥 조금 예민했던 거다.
이 흐름은 어딘가 이상한데,
이 문장은 왜 이렇게 튀는 느낌이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게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감각보다 의심이 먼저였다.
누군가는 ‘읽히는 문장’이라 부르던 걸
나는 ‘이상하지 않은 순서’로 기억했다.
어떤 문장은 그냥 잘 들어오고,
어떤 슬라이드는 말하지 않아도 납득이 됐다.
예전엔 그걸 그냥 ‘감’이라고 넘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든 글은 나중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았다.
그리고 그 느낌을 설명하려고 애쓰다 보니
내가 반복하고 있던 어떤 흐름이 보였다.
나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순서를 계속 고치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감각이 없으면 못하겠네요?”
“이건 좀 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럴 때마다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럴 리가요. 저도 감은 없었어요.
다만, 같은 실수를 자주 겪었을 뿐이죠.”
툴이라 부르긴 애매하지만
나는 이럴 때마다 몇 가지 질문을 반복한다.
이 질문들은 결국 내 문장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내 글의 순서를 다시 설계하게 한다.
하나. 핵심은 맨 앞이 아니라, 맨 처음 보여야 한다.
보고서 첫 장에 뭘 넣을지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먼저 읽히는 문장’이다.
그게 첫 슬라이드든, 제목이든, 한 문장이든 상관없다.
사람은 순서를 보는 게 아니라, 강조를 본다.
예전엔 이런 식으로 시작한 적이 있다.
“이번 보고서는 사내 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회의실의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바꿨다.
“회식보다 더 불만이 많은 제도, 바꿀 수 있을까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처음 보여주는 게 다르다.
그래서 반응도 달랐다.
문장의 위치가 아니라 시선의 흐름을 보는 것.
그게 순서 설계의 시작이다.
둘. 궁금할 때 설명해야 듣는다.
나는 설명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늘 배경부터 정리했다.
데이터를 모으고, 맥락을 붙이고,
문제가 왜 생겼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명을 길게 할수록 반응은 줄어들었다.
한번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문서를 만들었다.
경쟁사 동향, 내부 의사결정 지연, 역할 중복 등
슬라이드 세 장을 써가며 설명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요?”
그때 알았다.
아무도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때
설명은 그냥 배경음처럼 흘러간다는 걸.
그래서 바꿨다.
“지금 이 상태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하나의 프로젝트에 책임자가 셋이고,
그 누구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제야 눈빛이 달라진다.
궁금하지 않을 때의 설명은
아무리 정리되어 있어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궁금한 상태에서 듣는 설명만 살아남는다.
설명이 필요한 타이밍은
내가 설명하고 싶을 때가
상대가 알고 싶어질 때다.
셋. 말은 했는데 반응이 없을 땐, 순서를 의심한다.
가끔 그런 보고서를 본다.
문장도 매끄럽고, 내용도 깔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 땐 내용을 바꾸기보다,
순서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언제 말했느냐’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한 장을 넘기고, 다시 넘기고, 또 넘겼는데
결정적인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 보고서.
핵심이 너무 늦게 나오거나,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글.
그건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을 설계하지 않은 흐름 때문이다.
나는 설계자가 아니다.
그냥 순서를 자꾸 고치는 사람이다.
문장이 틀려서가 아니라
말이 안 통해서 다시 고친다.
말이 안 통해서가 아니라
순서가 어색해서 다시 꺼낸다.
한때 나는 그걸 감각이라 불렀다.
하지만 사실 그건 감각이 아니라, 질문의 반복이다.
그리고 그게 설계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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