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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Aug 30. 2023

가는 곳마다 선물 주는 제비의 고향

인천 교동도

   

15년 전쯤 기차 객실에 꽂혀있는 월간지 기사에서 교동도라는 섬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에 실린 교동이발소의 사진은 나에게 어린 시절 감성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 사진이 기억에 선하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교동도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찾는 곳이 되었다. 북한과 인접한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교 앞 검문소에서 검문을 거쳐야 한다. 검문은 개인 소유 스마트폰으로 신원과 차량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첨단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문을 마치고 3.44Km의 교동대교 오른쪽으로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교동도에 입도했다.

교동대교

파주, 김포, 강화도, 교동도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서부의 경계는 북한과 강화만이라는 강과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 화개산에 조성된 화개정원의 전망대에 오르면 교동도를 두르고 있는 강화만 너머 북한 땅을 볼 수 있다.

화개산에 올해 개장한 화개정원에 들렀다. 정원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20분이면 오를 수 있고 걸음으로도 40분이면 충분하다.

화개정원

화개산은 높이 269m의 낮은 산이지만 주변이 평야와 바다여서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이곳에 왜군의 침입을 대비한 산성을 구축하였을 정도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화개산을 걸어 올라가면 석축과 봉수대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가을바람일까? 습한 기운은 있지만 한결 시원한 바람이 분다. 비까지 내려 전망대에 장난감처럼 생긴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기로 했다. 양쪽으로 번갈아 보이는 수묵화처럼 펼쳐진 비가 내리는 풍경의 섬과 어우러진 바다의 풍경만으로도 교동도를 찾은 목적으로 충분하다. 전망대에 올랐다. 오른발 아래로는 고구저수지가 보이고 왼발 아래로는 교동이발소가 있는 대룡시장 골목이 보인다. 멀리는 교동도 북단의 망향대가 북쪽을 응시하고 있고 강화만 너머에는 북한 지역의 산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놀라운 표정으로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교동시장거리와 옛것을 파는 상점과 사람들로 붐볐을 교동극장

교동도 주민들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 대룡시장으로 향했다.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시장이다. 나는 곧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작은 소쿠리에 곡물을 파는 상점, 고소한 향내 풍기는 대폿집, 어디서 구했는지 어린 시절 보았던 상표가 붙은 속옷을 파는 상점, 60년대부터 사용했다고 하는 의자와 벽면의 거울이 있는 이발관 등은 어린 시절 동네의 가게들을 그대로 끌어다가 놓은 듯하다. 구태여 거리의 벽에 옛날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이곳을 들르면 호기심 가득한 꼬마가 되는 추억의 골목길이다.

좁은 골목길, 좁은 가게, 식당 안에 들어가도 좁은 의자와 식탁뿐이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또박또박 들린다.

커다란 항아리가 놓인 양조장이 눈에 띄었다. 구수한 술의 향에 항아리를 매만지고 문밖에 서서 쭈뼛쭈뼛 양조장의 내부를 살폈다. 나를 본 양조장 주인은 호기심을 가진 내가 반가운 듯 친절하게 시설물을 설명해 준다. 막걸리를 마실 줄 만 알았지, 제조 방식은 알지 못하였던 터였다. 이곳에서는 누룩 대신 교동도에서 재배된 쌀로 만든 떡으로 발효주를 들고 있었다. 아직은 영업을 준비 중인 상태이고 며칠 후 정식으로 문을 열면 꼭 와달라며 시제품으로 만든 복분자 막걸리를 선물로 챙겨 준다. 복분자 또한 교동도에서 재배되는 것을 쓴다. 나는 길 떠나는 제비처럼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식당으로 변한 교동이발관과 제비집

교동도에는 집마다 제비가 집을 지을 정도로 제비가 많다. 제비가 황해도 연백 지방의 흙을 물어다 집을 짓는다고 하여 제비집은 교동도의 상징물이 되었다. 교동도는 한국전쟁 당시 연백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연백은 교동도와 마주하는 지역이다. 교동 시장 또한 연백시장을 재현하여 조성한 것이다.

교동도 관광안내사무소와 전시관 격인 교동제비집

교동도의 여행안내소 격인 “교동 제비집”을 찾았다. 이곳은 교동 8경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주민들이 돌아가며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집에 가는 길에 먹어보라고 냉장고에서 사자발약쑥떡을 내어준다. 쑥잎이 사자발을 닮은 교동도의 특산물이다. 나는 집에서 먹을 교동도 10Kg 쌀 세 가마를 사서 차에 실었다. 한두 달은 교동도에서 물 건너온 맛으로 살 것 같다.

바다 건너 3Km 떨어진 북녘 연백마을을 향해 손짓하러 망향대를 들러야겠다.

설치된 망원경에 카메라렌즈를 넣어 촬영한 북한의 연백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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