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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Jun 14. 2023

작은 섬의 폐광산 이야기

안산 대부도 탄도 대부 광산 

대부도로 가는 길목에는 탄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탄도는 불도와 선감도와 함께 방조제와 간척지로 연결되어 대부도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아직 이 섬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탄도의 이름은 과거에 나무가 울창하여 나무를 베어 숯을 굽던 곳에서 유래되었다. 이 섬의 정상부에 있는 대부 탄광은 건축용 외장재를 채굴하던 광산이었다. 근처에 채굴하고 떨어진 돌들의 형태를 보니 네모난 판형 육면체여서 건물의 외장재로 쓰이기 알맞은 모양이다.      


1999년 이곳에서 암석 채취를 하던 중 스물세 개의 중생대 공룡 발자국과 식물 화석이 발견되었다. 화산폭발 시 퇴적된 입자의 연대 측정 결과 이곳의 퇴적 시기는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 후기인 7,000만 년 전후로 밝혀졌다. 대부 탄광의 공룡 발자국의 둥근 형상으로 보아 초식공룡의 것일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미 산의 3분의 1이 깎여 나간 채였지만,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다행스럽게도 산이 사라질 위기는 모면하였다.      


직선거리로 10km쯤 떨어진 곳에는 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의 지질은 약 8,5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공룡알 화석단지에 가면 암석에 박힌 수십 개의 공룡알을 볼 수가 있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도 초식공룡이다. 화성과 대부도 일대는 백악기 공룡의 집단 서식지 역할을 하였던 것 같다. 고정리는 공룡알 때문에 광활한 갈대 습지가 개발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대부광산 가는 길의 풍경
대부 광산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대부 광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공장처럼 커다란 철재 대문이 설치되어 있다. 한 사람 정도 드나들 수 있는 쪽문이 살짝 열려있다. 허가받지 않은 곳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널따란 평원이 펼쳐져 있다. 화물차에 실리지 못한 채굴된 돌덩이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채굴한 석재를 화차에 싣기 위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곁으로 사람들이 돌을 주워 쌓은 소원탑이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세 곳의 전망대가 있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채굴하고 생긴 퇴적암층 절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호수가 보이는 방향으로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세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산의 정상부에 있는 두 번째 전망대는 탄도항과 궁평항, 그리고 누에섬을 볼 수 있다. 벌레가 웅크려 있는 듯한 누에섬은 썰물 때 길이 열려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궁평항에서 제부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이고 그 옆으로 케이블카가 둥둥 떠다닌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과 바다의 풍경이 석양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적당할 것 같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다시 들러봐야겠다.

길을 따라 몇 분 정도 걸으면 세 번째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 전망대는 산 중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퇴적층을 구성하는 층의 색깔과 두께의 변동이 큰데 이것이 예전에는 호수였다는 증거라고 한다. 채굴이 끝난 채석장은 산중에 큰 호수가 되었다. 다시 백악기의 호수가 만들어진 셈이다. 푸른 옥색으로 비치는 물빛은 마치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다. 호수는 마치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모양을 하고 있다.

 

산 아래에서 볼 때는 전망대가 높아 보였지만 가는 길이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서 힘들이지 않고 호수와 바다를 감상하며 섬 속의 섬에서 700미터 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 

 

호수의 깊이도 궁금하고, 절벽의 높이도 궁금하다. 호수의 이름과 발자국의 주인 공룡의 종류와 각 전망대 고유의 이름이 붙여지고 널리 알려지길 희망해 본다. 

고요하고 푸른 대부 광산의 호수와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을 여행의 기억 속에 짙은 잔상으로 남겨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부도와 누에섬
대부 광산 호수
공룡 발자국을 닮은 대부광산 호수
채굴된 대부 광산 절벽



문화재청 보관 대부 광산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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