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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Oct 20. 2023

등대의 시선, 속초

파란 동해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고래가 거대한 물을 뿜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동해를 지나는 고래는 드높은 속초등대를 이정표로 삼지는 않을까? 저기 등대에 올라서면 물을 뿜는 고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속초에는 해수면으로부터 66m 높이에 있는 등대의 시선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등대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뒤를 돌아서면 점점 멀리까지 일렁이는 파란 바다를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속초 등대의 등명기는 1957년부터 밤마다 불을 밝힌다. 직경 1m의 렌즈를 230kg 추의 무게로 회전하는 방식이다. 추가 하강하며 등대를 회전시키는 방식인데 한 번 내려오는 시간이 일곱 시간이 걸린다. 이 추를 사용하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직접 거대한 등대를 회전시켰다고 한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 등대 전망대에 도착했다. 북쪽으로는 고성 문암 해변, 남쪽으로는 동명항과 청초호가 또렷이 모습을 드러내고 속초 해변을 지나 외옹치 해변까지도 보인다. 산으로 치자면 금강산 자락에서부터 강릉의 오대산까지다. 동쪽 바다 방향으로는 35km까지 불빛이 닿는다.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이라는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기 때문이다. "

이성선 시인의 시 <속초>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영랑호는 왼쪽 눈 청초호는 오른쪽 눈처럼 속초 등대의 양쪽 편에서 반짝인다. 


등대 탑 내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등대가 빛을 뿜는 위쪽으로 야외 전망대가 또 하나 있다. 이곳이 진정한 등대의 시선이다. 하얀 등대를 얹고 있는 섬 하나가 신 구의 영금정 사이 너머에 초병처럼 서있다. 


원형의 계단을 따라 등대에서 내려오면 섬처럼 떠 있는 바위가 있다. 파도가 밀려오면 마치 폭포수처럼 바위를 넘어와 물이 떨어진다. 파도가 높이 솟구칠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이다.


속초 등대를 뒤로하고 영금정에 오른다. 영금정은 언덕 위와 바다 위에 각각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영금정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신비한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영금정을 받치고 있는 언덕과 넓은 바위는 본래 돌산이었는데 일제가 건설에 쓸 목적으로 돌산을 부수는 바람에 넓은 바위로 남게 되었다. 바위가 깎이어 나갔을지라도, 여전히 파도는 아직 남아있는 큰 바위를 두드린다. 서로가 풍경이 되어주는 두 곳의 영금정 아래로 바위도 파도처럼 넘실대는 것 같다. 파도가 영금정 안에까지 들이친다. 물결도 영금정 바위에 올라 잠시 쉬었다가 흘러간다.


속초등대 전망대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등대해변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해변
파도를 뿜어내는 바위
속초등대전망대 앞바다



등대섬과 두 영금정
바다 위 영금정
언덕 위 영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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