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속 여름

잎사귀들의 변신

by 한월

저는 순간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떨어진다기 보다는 역순행을 하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눈앞에서 눈보라가 살짝 부는가 싶더니 그 후에는 눈꽃이 펑펑 쏟아지듯이 피어나 단풍과 낙엽으로 바뀌더니 이내 녹엽으로 바뀌어 벚꽃 잎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광경이 수차례 바뀌더니 무의식 속의 공간이라고 해야할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현상된 기억이라는 사진을 건네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꿈속에서는 자신이 고장 난 카메라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다고 한 것을. 확실히 그것과는 비슷한 느낌이 났지만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그곳으로 빨려 들어갈 수는 없을까요. 그때는 그 여름을 즐기고 싶네요.


2022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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