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바다
바다란 참 신기한 곳이다. 바다에 오면 강가에 처음 나온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 퍽 든다. 산에만 둘러싸인 동네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똑같은 바다를 가도 늘 새롭다. 바다에 오면 미적지근해 보이는 해수에 발을 담가보면 시원하고 오싹한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햇볕이 내리 쬐는 바다와 달빛이 모래 위에 스며드는 바다는 또 다르다. 낮의 바다는 붉은 장미와도 같은 정열적인 느낌이 든다면 밤의 바다는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이지 않아서 인간으로서 하여금 공포심과 미지를 느끼도록 하지만 밤바다에 스며드는 달빛과 함께 등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안도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나도 모르게 밤, 어두컴컴한 바다에 작업한 모든 것들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상한 욕구가 들고 바다의 소금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가서 묘한 느낌이 든다. 나처럼 여행까지 와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을 하는 사람은 나에게 본질적으로 관심이 없을 남들은 나를 어떤 식으로 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이래 봬도 나름 바닷바람을 만끽하고 감성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틀림없는 사실이리라.
저기 저 보이는 등대, 마치 노오란 달과도 같아서 볼 때마다 사람을 하여금 퍽 놀라게도 한다. 오히려 저 먼 등대의 노오란 불빛이 바다에 달이 지는 듯한 연출을 보여줘 보는 사람이 하여금 그리 착각할 만도 하다. 그리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형형색색의 불빛을 뿜어내는 유람선이 어둠 속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보여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유람선이 어둠 속 한 가운데를 비추고 심심했던 광경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저걸 보니 자신도 저 유람선에 올라 타서 고요한 밤바다를 즐기고 싶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함께 항해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없으리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 바다를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하다. 바닷바람과 소금 냄새가 나를 스치운다.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