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울 적에는

여름의 비스비

by 한월

또, 구식 냉풍기가 돌아가는 소음에 잠이 깼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니, 그게 아침의 일과라는 듯이 매미는 찌르르 찌르르 다섯 시가 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계속 우는가 싶더니 매미의 울음 소리가 그치고 적막이 다시 찾아왔다. 그러고 나서 동시에 이른 아침을 알리는 해가 떠올랐다. 나는 그것을 침대에서 창가를 통해 바라보았다. 오늘은 낮에 기도를 드리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해서 다시 잠드는 편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뒤척이면서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좀이 쑤실 것만 같았는데, 그렇다고 일기를 쓰기에는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소설을 쓰자니 머리가 아파 올 것만 같아서 역시, 관두었다.


여섯 시 반이 되기도 전에 매미는 여름의 이른 아침을 알리는 울음 소리가 맴맴, 웽웽, 찌르르 찌르르 울기 시작했다. 매미가 울 적에는 다 그런 것이다.


'애급옥오', '월하미인', '아직 저 달과 빠져 있고 싶어'와 같은 제목들이 눈에 띈다. 이것은 전부 예전에 쓰려다가 만 소설의 제목들이다. 하지만 좀처럼 무슨 내용을 쓸지 떠오르지 않아서 속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바깥은 쨍한 파란색 하늘이 여름의 초목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초목들 사이에서 풀벌레들이 찌르르 하며 우는 것이겠지.


이번에는 참새인지 모를 작은 새가 나무에 앉았다가 사라졌다. 아침은 아침인가 보다.


'아아!'와 같은 감탄사는 뱉지 못할 정도로 아침은 평화롭다. 그러나 시인 김소월은 종종 그런 감탄사를 시에서 쓰곤 했다. 그렇다고 김소월이 평소에 '아아!' 하며 감탄사를 쉽게 내뱉는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는 차분한 성격이었다고 하는데, 혹자는 작가와 작품은 구별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어쨌든, 매미가 울 적에는 여름과 동시에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귀뚜라미가 옆에서 같이 울어주곤 한다. 여름과 동시에 가을이 온다는 말은 일본의 작가인 오다 사쿠노스케의 말이다.


나는 느닷없이 겸손해지고 싶어진다. 이 글의 어조를 전부 수기를 써내려 가듯이 정중한 어조로 전달하고 싶어진다.


"매미가 울 적에는 가을이 항상 찾아 옵니다."

"매미가 울 적에는 가을이 항상 찾아 오지요."


이것은 손뼉을 치며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근대의 모던 보이 모던 걸이 하는 말이다. 나는 그들의 말을 인용하여, "매미가 울 적에는

아침이 항상 찾아 옵니다"나 "매미가 울 적에는 아침이 항상 찾아 오지요"와 같은 말을 내뱉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코-히를 홀짝이면서 호호 하고 웃는다.


매미가 울 적에는 다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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