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을 선물받다

by 스마일한문샘

방학 첫날. 버스 기다리는데 "한문 선생님 아니세요?"

"혹시 이름이?"

"ㄱㄴㄷ이에요. 근데 선생님 이름이......"

"ㄹㅁㅂ이야. (같이 웃고) ㅅ에서 일하지 않았어?"

"네^^ 동생 졸업이라 ㅇ중 가다 선생님 보고 신기해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9년 전 ㅇ중. 노란 명찰 2001년생 1학년 가운데 반짝이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늘 반듯하고 한자 글씨 잘 쓰던 ㄱ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2학년 때도 한결 같던 ㄱ을 재작년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났습니다. 남편 생일 아침 7시 30분쯤 케이크 사러 갔더니 "한문 선생님이시죠? 전에 선생님께 한문 수업 들은 적 있어요."


그렇게 몇 번 빵집에서 이젠 훌쩍 자란 ㄱ을 만났습니다. 1주일에 한 시간, 중학생 때 아주 작은 부분이었을 한문 수업을 기억하는 마음씀이라면 무슨 일을 해도 잘하겠다 싶었습니다. 매장에서도 늘 밝고 싹싹하던 ㄱ이 언제부터 안 보여 그만뒀나 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다정함을 선물받았습니다.


수업일기엔 좋은 일을 주로 썼지만 잊고 싶은 순간도 종종 있었습니다. 학년말 앞두고 겨울나무 닮은 쓸쓸함에 이름처럼 고운 햇빛으로 찾아온 제자에게 고마움을 보냅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 이번 방학이 더 따스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제자들을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게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하늘. (20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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