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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Nov 06. 2023

열다섯 살 인생

2학년 19과 마지막 시간.

"공자는 일흔세 살까지 살았는데, 죽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쭉 정리했어요. 쉽게 말하면 열다섯 살에는 '공부할 결심'을 하고, 서른 살에는 인생에 주관을 갖게 되었지요. 마흔 살에는 그 나이 어른들이 흔히 겪는 돈 욕심, 명예욕, 내 남편이나 아내 아닌 사람 만나고픈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고, 쉰 살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어요. 예순 살에는 귀가 순해져 남이 나를 칭찬하든 안 좋게 말하든 무던하게 넘어갔고, 일흔 살에는 걸어다니는 도덕책이 되어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선 넘는 일이 없었답니다."

"학습지 25쪽에 여러분의 '열다섯 살 인생'을 채워 보세요. 생각나는 만큼 쓰면 됩니다."

교실 TV에 오랜 사진을 띄웁니다.

"누구예요?"

"저요."

"네?" "진짜요?" "우와~~~"

백일 사진, 돌 사진, 여덟 살 때 방학숙제 사진을 넘깁니다. 아이들끼리 "국민학교?" "62번 쩐다!"

"우리 때는 남학생 1번, 여학생 41번부터 시작했어요."

아홉 살 등나무터널에서 찍은 사진 보다 ㄱ이 "몇 살부터 안경 끼셨어요?"

"여덟 살. 초등학교 입학 이틀 전부터요."

ㄴ이 "그때부터 인생의 고뇌를 아셨네요."(컥!)

열세 살 봄소풍 사진 띄우니 "애들 왜 이렇게 많아요?"

"우리 때는 한 반 평균 48명."

"샘 어디 계셔요?"

"여기" "땡!" "여기" "아니요"

"두번째 줄 중간에 빨간 가방 뒤?" "정답!" ​

그리고 일기장 사진.

"호돌이다!" "그때도 둘리 있었어요?"

수업 가방에서 일기장 실물을 꺼냅니다.

"우와~~~~~"

"이건 초5, 이건 초6, 이건 중2."

"안에 보여 주세요."

"그건 안 되고."

"지금부턴 학습지에 여러분 이야기를 쓰세요. 한 번 이상 전학 가 본 사람?"

1/3 가까이 손을 듭니다.

"이사 한 번도 안 간 사람?"

"코로나 한 번도 안 걸린 사람?"

"이건 손 들지 마세요. 코로나 때 줌 수업하다 비디오 끄고 게임한 사람?"

몇몇이 서로 쳐다보며 큭큭.

"두다다쿵이랑 시크릿 쥬쥬 본 사람?"

몇몇이 "치링치링치리링 시크릿 플라워~"

터닝메카드, 방귀대장 뿡뿡이, 번개맨 번개걸까지 꼬꼬마 때 기억들을 불러옵니다.


'열다섯 살 인생' 돌아보다 몇몇이 "어른 되기 싫어요~~~!!!"​

"어른이 되면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일도 많아요. 어떤 점이 좋을까요?"

"술을 먹을 수 있어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술은 안 먹어 봐서 모르겠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맞아요."

"선생님은 언제 가장 재밌으셨어요?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랑 바로 지금이요."

"여러분을 만나면서 배우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요."는 종 칠 시간 다 되어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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