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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Nov 16. 2023

수업에 진심

유난히 잘 듣는 학생이 있습니다. 눈을 빛내며 진중하게 집중하는 아이가 있으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수업 분위기가 제 맘 같지 않은 날 교실 한켠에서 맑은 눈빛 만나면 다정한 희망과 다시 수업하는 힘을 얻습니다. 얼마 전 수업 마치고 물품 정리하다 뜻밖의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내 어린 날 은사님들도 그러셨을까?'


잘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고도근시라 늘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 말씀에 눈과 귀를 기울였습니다. 고3 때는 가끔 연필 들고 꼬박꼬박하기도 했지만, 웬만하면 잘 듣고 종 치면 배운 부분을 1~2분간 눈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한문 시간에는 더 그랬습니다. 옛글을 배우고 익히는 일이 즐겁고, 색펜으로 필기하며 반듯하게 한자 쓰면 뿌듯했습니다.


최선을 쌓아가는 과정이 좋습니다. 십대 후반에 한문 수업에서 배운 진심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얼마 전 재능에 대한 글을 담은 논술형 평가 채점하다 '나의 재능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여러 답안 읽고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정리하다 깨닫습니다. 저의 재능은 한문을 좋아하는 것,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것, 아이들의 말과 글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임을.


수업에 진심이고 싶습니다. 시간 시간이 귀하고, 그 마음 알아 주는 학생 만나면 더 그렇습니다. 어떤 날은 흔들리고 또 어떤 날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만, '수업에 진심' 다섯 글자를 오롯이 품는 이유는 작은 가르침을 아껴 주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왜 한문 선생님이 되셨어요?"

"좋으니까, 재미있으니까. 즐거우니까."

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은 모자이크! (202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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