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크리스마스 맞이 롤링페이퍼' 열두 글자 쓰고 덧붙입니다. '교과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표현하기' 미리 준비해서 2학년 교과 선생님 성함 쓴 종이를 학생들에게 돌립니다.
"쓰기 전에 주의사항 몇 가지. 선생님께 '수고하셨습니다' 돼요? 안 돼요?"
"돼요." "안 돼요."
"정답은 엑스! '수고하셨습니다'는 어른에게 쓰면 안 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쓰셨습니다' 정도 하면 됩니다."
"선생님께 'ㅇㅇㅇ 올림' 해요, '드림' 해요?"
"'올림'으로 하세요."
"이름 꼭 써야 해요?"
"쑥스러우면 익명으로 해도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선생님들께선 누가 썼는지 궁금해 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한참 종이 돌리다 "샘 꺼는 왜 없어요?"
"열세 분 쓰면 시간이 모자랄 수 있어서 뺐어요. 전에 한문 수업 설명서 받은 것도 있으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살짝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그 마음을 오래 담았습니다.
9년 전 국어 선생님께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1학년 일곱 반 학생들 롤링페이퍼를 파일에 끼워 선물하셨습니다. 반듯하고 예쁜 아이, 수업할 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1년을 마무리할 즈음 훌쩍 자란 아이들 마음이 고운 종이에 반짝였습니다. 그때 그 기억이 고마워 학기말에 여유가 있으면 롤링페이퍼를 합니다. 담임선생님과 교과 선생님께 진심을 담아 한 자 한 자 채워가는 아이들을 보면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2학년 여섯 반 학생들이 참된 마음[眞心]으로 마음 다해[盡心] 쓴 글을 선생님들께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