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1차, 2차 접종 완료.
'겁먹지 말길.'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8월 4일 독일에서 1차로 화이자를 맞았고, 9월 1일 한국에서 역시 화이자로 2차를 맞았다.
1차 접종 후기 in Germany:
독일 방문 때 맞았던 화이자. 혹시 타국에서 부작용이 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얼마나 떨었던가. 나 은근 건강 체질인데, 건강하면 엄청 아프다던 풍문이 여기저기서 들렸던 터라 제대로 긴장을 했더랬다. 근데 웬걸? 주사 맞은 자리만 조금 아플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무 멀쩡해서 1,2차로 화이자를 접종한 시누이랑 그 남편에게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안 아파서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 아닌가 싶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내가 너한테 겁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아줘. 1차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2차를 맞고 나면 며칠간은 진짜 아파.. 열도 펄펄 나고. 나는 이틀이나 누워있었어. 그리고 수잔네는 3일을 누워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그렇게 끙끙 앓는 걸 결혼하고서 처음 봐... 그냥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있어. 그리고 잊지 마. 백신 부작용이 코로나 걸린 것보다 덜 아프다는 것을."
저런 말을 들으니 겁이 안 날 수 있겠는가. 시누이는 약간 비만이긴 하지만, 키는 나랑 같고, 나이도 같다. 그녀의 남편은 나보다 1살이 많고, 건강한 편이지만 염려증이 있는 예민한 사람이다. 솔직히 부부가 모두 예민한 편이긴 하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민감한 증상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나의 1차 접종은 무사했고, 2차만 남았으니 잘 맞아보자 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2차 접종 후기 in Korea:
귀국 후 바로 이틀 뒤가 내가 접종을 예약할 수 있는 날이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9월 1일로 예약 완료. 그런데 그날이 다가올수록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백신 부작용 관련 국민청원부터, 왜 이리 미디어에서는 화이자 부작용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는지.. 백신 후 사망, 백혈병 발병, 전신마비.. 뭔가 백신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듯한 인상에 접종을 포기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신에 긍정적이었던 친구들마저 나한테 전화해서 진짜 이걸 맞아야 하는지 2차를 정말 맞을 건지, 걱정에 걱정을 하며 나의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9월 1일, 당일이 됐다. 구청 대강당에서 아침 10시에 예약을 했던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그 장소로 갔다. 솔직히 걸어가면서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구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아무리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도 맞을 사람은 다 맞는구나' 싶은 생각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달까. 천막에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백신과 관련된 내용을 적고 3층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어찌나 일사천리인지, 다시 한번 한국은 빨리빨리의 민족, 그리고 효율의 민족이구나를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다.
백신 관련 작성을 하는 곳에 나는 정직하게 '독일에서 8월 4일 화이자로 1차를 맞음.'이라고 썼다. 이것이 문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등록하는 분이 그걸 보더니 백오피스 관련된 분을 모시고 나왔다.
"독일에서 맞은 접종을 한국 시스템에 등록을 안 하셨네요.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2차 접종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예약을 취소하겠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이 무슨 멍멍이 같은 상황인지. 안 그래도 맞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 나보고 돌아가라고? 뭔가 욱! 하는 마음에 갑자기. 무조건 맞아야겠다는 청개구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꼭 맞고 말 테다.'
"1차 등록을 하고 싶어서 자가격리 기간에 관련 부서로 전화를 수 천통 했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그냥 독일에서 맞았다는 부분은 안 본 걸로 해주시고, 1차 접종이라고 표시하고 놔주세요. 저는 제 면역력을 위해 맞는 거니 접종 완료 혜택은 필요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미 들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
ㅠ_ㅠ
참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자율적으로 안 맞는 것과 타의로 인해 못 맞는 것은 천지차이가 아니던가... 이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백신을 맞고자 하는 나의 의지는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서인지 몇 번의 실랑이를 더 했더랬다. 약간의 감정소비는 있었지만, 이 덕분에 독일에서 받은 백신 증명서를 보여주면 해외에서 한 접종을 한국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화위복.'
얼떨결에 나는 1차, 2차 접종 완료라는 타이틀을 쥘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정직해야지..라고 스스로를 칭찬했으나, 사실 아까는 그냥 거짓말을 할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정직했냐며 길길이 날 뛰었던 순간이 있었더랬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스트레스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저런 문제가 발생했던 4시간 동안 나는 오로지 백신을 맞고야 말겠다는 의지만이 불타올랐다. 부작용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백신을 맞는 순간에도 나는 승리를 쟁취한 것 마냥 신나 있었다. 그러다 접종 후 집에 오는 길에서야 겁이 났다.
'오늘 밤은 죽겠구나. 타이레놀을 준비해야지. 오늘 저녁도 하지 말고 시켜먹겠어. 아파서 정말 힘들 거야. 마음을 단단히 먹자.' 밤 11시에 잠이 들 준비를 하고 침대 옆에 타이레놀과 물병 그리고 체온계를 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잠이 들어야 했다. 왜냐하면 나는 반드시 새벽 2시에 깰 거니까. 접종 후 12시간 후가 고비라고 하지 않던가. 두려움에 휩싸여 잠이 들었다.
눈이 팍 떠졌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어머나. 8시간을 푹 자고 일어난 것이다... -_-
이럴 리가.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다. 이상하게 불안한 나는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물었다. "나 하나도 안 아팠어. 내 면역력 괜찮은 거뉘. 이거 괜찮은 거 맞아? 걱정된다." 그걸 들은 친구들이 이야기했다. "5일 뒤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들도 꽤 많대. 우리 아빠도 그랬거든. 5일까지는 조심해."
...
나는 지금 화이자 2차를 맞은 지 5일 하고도 9시간이 지났다. 허허 참. 나의 면역력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 불안하다. 이렇게 별일 없이 지나가도 되는 것인가.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주위에 나처럼 아무런 증상 없이 넘어간 사람이 사실 생각보다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괜히 묻지 않는 이상 떠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시시한 접종 완료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