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연인, 친구, 가족 사이에서 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그 포인트'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내가 요즘 너무 뜬금없는 곳에서 로버트의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매일 아침, 자신의 차(Tea)를 만들면서 내걸 꼭 같이 만든다. 10년 동안 늘 변함이 없다. 그는 내가 그 차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차갑게 식어있는 차를 셀 수 없이 많이 봤음에도 늘 변함없이 나의 차를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예전에는 그게 굉장히 거슬렸다. 나름 좋은 차인데, 안 마시고 버리는 날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차를매일 만들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차를 보면서 그의 사랑을 느낀다.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단조로운 부부 생활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서 그런 건지.. 뭐.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게 나를 향한 사랑이구나 하는 마음이 얼마 전부터 들기 시작했다. 정말 누가 보면 별거 없는 소소하고 시시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 때문인지, 이제는 그의 차를 늘 다 마시려고 노력한다. 어찌 보면 이것이 내가 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이를 통해무언가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 허사가 아님을 알게 됐다.
...
예전부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유명한 글이 있다.
어떤 남편이 쓴 글이다. 그는 이렇다 할 큰 이유도 없이 아내와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 더 이상의 대화는커녕 눈 맞춤 조차 없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상황을 어찌 풀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던 남자가, 우연히 집에 들어오다 귤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귤 한 봉지를 사 오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별생각 없이 사온 귤을 식탁에 내려놨는데 아내가 쓱 와서 한 개를 까먹고는 '맛있네.'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그 순간, 그는 망치로 한 방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아 맞아, 아내가 귤을 정말 좋아했었지..' 다음 날도, 그는 할머니로부터 귤을 한 봉지 사서 들고 갔다고 한다. 그날도 역시 아내가 와서 한 개를 까먹고는, 아들에게 슬며시 귤 한 개를 쥐어주며 아빠한테 하나 주라고 했다고.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아내가 아침식사를 만드는 소리를 듣고는, 그는 어색한 마음에 서둘러 회사로 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때 아내가 "이리 와서 한 술만 뜨고 가.."라는 한 마디를 했고, 둘이 같이 식탁에 앉아 이유도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는 이젠 어떤 풍파가 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를 곁들였던 것 같다.
...
이 글은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왜 그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인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그리고 인간관계, 부부관계, 가족관계에 대해 늘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기도 하다.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것은 사실 큰 것이 아닌, 귤 한 봉지, 또는 차 한잔과 같은 이런 소소한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