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북리뷰 잘 쓰는 법과 독서모임 준비하는 법
내가 읽은 책을 잘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독서의 경험은 더 풍성해진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읽고 넘어가는 것과 정리해서 리뷰로 만드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흡수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미니홈피에서 시작해 블로그로 플랫폼을 바꾸며 나는 이십 년째 북리뷰를 쓰고 있다.
독서 리뷰를 성실하게 쓰는 시간이 1년, 2년, 5년, 20년 쌓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첫째, 어휘력이 풍부해진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읽으면서 내 속에 쌓인 단어, 정리하면서 쌓인 단어가 정말 풍성해진다.
둘째, 내가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다양한 표현력을 기르게 된다.
셋째, 핵심을 잘 정리하는 훈련이 된다.
오늘은 북리뷰, 독후감 잘 쓰는 법, 그리고 독서모임 준비하는 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usD1dJnQo
우선은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쓰는 글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글쓰기의 목적
독후감을 쓸 때 가장 먼저 나에게 암시해야 할 말이 있다.
"한 편의 리뷰는 프레젠테이션과 같다."
제출해야 할 독후감이나 나의 채널에 북리뷰를 쓴다는 건 나만 정리해서 읽는 게 아니라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을 쓰는 것이다.
독자에게 잘 설명을 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림을 그려준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준비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상과 목적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잘 가미할수록 프레젠테이션의 전달력은 풍성해진다.
대상, 목적, 메시지, 스토리텔링. 이 네 가지를 계속 염두에 두며 리뷰를 쓰는 것이다.
리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가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목적이 된다.
그 목적을 생각하면서 글을 쓸 때 구성과 배치, 삽입하는 예시는 목적지를 선명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되어야 한다.
독자의 머릿속에서 그 흐름이 선명하게 그려질 때 독자는 콘텐츠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커진다.
"좋은 리뷰란, 추천할 만한 좋은 책에 나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
첫째, 글을 읽고 기존의 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쓰려고 노력한다.
둘째, 책을 나와 세상과 연결시키는 존재로 만들고 그것을 독자에게도 잘 정돈된 문체로 소개할 때 사랑받는 서평이 된다.
나는 서평을 쓸 때 책이 나에게 준 확장이나 변화, 또는 위로를 잘 정리해서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정리해서 말하고 나에게 영향을 준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게 된다.
이럴 때 수많은 이 책의 리뷰가 있어도 나의 독자적인 개성 있는 리뷰가 완성된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는 북리뷰를 쓸 때 나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출판사와 저자 정보
고전 문학의 경우 저자의 배경과 시대적 배경들
책 전체에 대한 간략 개관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포인트
나의 인사이트
이 정도만 담겨도 꽤 완성도 높은 리뷰를 쓸 수 있다.
그리고 나만의 고유한 리뷰로 풍성하게 하는 장치들을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스토리텔링
나의 감상
책의 핵심 메시지
이 리뷰를 읽는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이런 부분이 짜임새 있게 들어가 있을 때 리뷰를 읽는 독자들은 책을 아직 안 읽었지만 그 책과 가까워진 것 같은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리뷰나 독후감 쓰기를 할 때 어떤 구성을 잡는 게 좋을까?
여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하나, 책을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단어들을 키워드로 수집한다.
혼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개관하기가 어렵다면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서 출판사가 제공한 소개문을 읽어보자.
이걸 그대로 베껴 오시면 절대 안 된다. 그럼 표절이 되니까..
읽으면서 책과 관련한, 내가 적용하고 싶은 핵심 단어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둘째, 책의 목차를 보며 전체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
짜임새 있는 글의 기본 골격은 구조화 + 개념화이다.
구조를 먼저 잡고 세부 개념을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목차부터 외우는 것처럼 그걸 리뷰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며 전체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그러면 이 책의 큰 흐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때도 역시 목차 제목의 키워드들을 활용한다.
셋째, 내가 생각하는 책의 장점이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
책을 읽을 때는 인상 깊은 부분들은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으면서 보는 게 필수이다.
다 읽은 후에 리뷰를 준비할 때는 밑줄 그은 부분들을 주욱 다시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이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한다.
내가 이 구성으로 만든 최근 리뷰가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 리뷰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p_j7W0i66g
넷째, 3번(책의 장점이나 특징)을 소개할 내용들 책에서 발췌하기
세 번째가 '내가 생각하는 책의 장점이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하는 거였다.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을 책에서 발췌하는 것이다.
다섯, 나만의 고유한 경험과 연결시켜 보기
나는 가독성을 위해서 인스타와 블로그에 리뷰를 쓸 때는 에세이 형식으로 리뷰를 쓴다.
이렇게 쓰는 건 이 책을 안 읽은 분들도 나의 경험을 공유해 드림으로써 이 책이 어떤 느낌인지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주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이다.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집중을 잘한다.
그리고 비슷한 자기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입을 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소개하는 책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여섯,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질문 던지기
이건 내가 생각하는 성숙한 글쓰기의 중요한 요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자신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시대에 중요한 이슈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통과하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들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독자들이 각자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단순히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너머서 그 사람의 생각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좋아하고, 나 역시 어떤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많이 노력한다.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렇게 쓰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럼 간단하게 적용하자면 구성을 이렇게 한 번 해 보자.
하나, 검색이나 온라인 서점 책 소개를 통해 책을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단어들을 키워드로 수집
둘, 목차를 보며 전체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
셋, 나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 세 가지만 얘기하기
이렇게만 하셔도 어느 정도 짜임새 있는 북리뷰나 독후감을 완성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단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저히 어려워서 못 쓰겠다면 검색을 하면서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들이라도 수집을 해보자.
그러면 훨씬 독후감을 쓰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런데 제일 좋은 건 한 권을 꼼꼼하게 읽고 위에 소개한 여섯 가지를 다 반영해보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좀 익숙해지면 나에게 맞는 편안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리뷰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이다.
최근에 줌으로 진행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독서 모임을 처음 해봤는데 너무나 유익했다.
이 모임을 통해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과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을 읽었다.
독서 모임의 장점
첫째, 스스로에게 주는 강제성
책을 읽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책도 끝까지 읽게 된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처음 읽을 때 무슨 말인지 와닿지 않아 여러 번을 읽었다.
여러 고비를 맞으면서 1장과 2장을 읽었더니 2장 마지막 즈음부터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말 아름다운 독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 장벽을 넘어서니 이제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으로 마구 흘러가는 자유분방한 책들이 좀 더 쉽게 읽혔다. 이걸 가능하게 했던 게 강제성이다.
만약에 이게 읽어가야 하는 책이 아니었으면 내 성격에 분명히 그냥 읽다 덮었을 거다.
독서 모임 덕분에 진입 장벽을 넘어가고 나의 독서의 지평이 더 넓어진 것.
너무 뿌듯했다. 세상에 나 같은 문외한이 <지상의 양식> 씩이나 읽다니..
둘째, 나의 독서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설명을 해야 하므로 좀 더 듣는 사람들을 고려한 정리를 하게 된다.
셋째, 여러 사람이 읽고 감상을 나누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들을 수 있어서 사고가 확장된다.
그런데 처음 독서 모임에 참여할 때는 당일 오전에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한번 개관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말이 점점 길어졌다.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니까...
말하면서도 약간 현타가 왔다. 이 무슨 민폐인가. 이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콘텐츠 기획자들은 시간 분배에 예민하고 강박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갈 때는 미리 읽고 한 번 정리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 보니까 훨씬 모임에 참여하기가 편했다.
이 준비 과정이 독서 리뷰를 준비할 때랑 비슷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독서 모임을 준비하는 법을 여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하나, 책의 정보를 찾아본다.
작가의 배경, 그 시대의 상황,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일들을 검색해 본다.
사실 이건 내가 문학이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꼭 하는 작업이다.
배경을 알고 음악을 듣거나, 그 사람들이 쓴 책을 읽으면 좀 더 선명하게 의도와 의미가 파악이 되어 훨씬 더 풍성하게 글을 읽는 재료가 된다.
둘, 인상 깊은 부분을 표시하며 책을 끝까지 읽는다.
셋, 목차를 보며 책의 전체 흐름을 간략하게 개관한다.
이렇게 개관을 할 때도 목차의 중심 단어들을 키워드로 활용하면 더 짜임새 있는 요약을 할 수 있다.
넷, 밑줄 그은 부분들을 다시 읽으며 나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정리한다.
정리할 때 책 속에서 작가가 사용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글을 쓰며 정리한다.
다섯, 내가 생각하는 책의 핵심을 3-4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며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수집한다.
여섯,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던 질문을 만들어 본다.
이런 식으로 책을 먼저 읽고 목차를 보며 개관을 하고,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으며 단어를 사용하여 핵심을 정리하고,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야기할 때 꼭 사용할 키워드만 간략하게 적어도 좀 더 짜임새 있는 감상을 말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손을 사용해서 써 보는 것이다.
정리할 땐 노트에 손으로 쓰는 게 제일 잘 되니까.
독서모임을 하면서 너무 유익해서 내 강의에도 반영했다.
내가 하는 수업은 퍼스널 브랜딩 수업인데 원래 처음 수업 시작할 때 취지가 한 주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배우고, 한 주는 북리뷰 쓰는 법을 배우고 과제를 하고 검수를 받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제 나와 함께 지정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매주 한 편의 리뷰를 만들어 낸다.
역시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강제성이라 매주 리뷰가 한 편씩 나오고 있다.
(수업이 필요한 분들은 jinny4163@nate.com으로 메일을...)
"한 편의 리뷰는 프레젠테이션과 같다"
여러분이 독후감이나 리뷰를 쓸 때 이 책이라는 매개로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미션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거나, 이 책을 소개하는 리뷰어와 라포를 형성하거나.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를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이 담아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스토리텔링과 나의 고유한 인사이트이다.
나는 북리뷰를 20년을 썼지만 이런 포맷으로 쓰기 시작한 건 겨우 3-4년 정도다.
북튜브 해나 책장을 운영하기 전까진 오로지 나를 위한 기록이었으니까.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를 하며, 유튜브를 운영하며 전달력을 계속 고려하다 보니 이런 포맷이 만들어졌다.
꾸준히 읽으며 성장해가고 싶은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상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