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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23. 2022

The Last Unicorn

갈까마귀의 눈 6

1982년에 나온 숨은 걸작


https://youtu.be/Enq2pFpBz1s



어린시절엔 성년이 되었을 때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그 미디어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자리잡을 경우 당시에 봤던 감성이 실제 퀄리티를 좀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추억의 그 작품을 다시보곤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그걸 극복한 몇몇 작품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라스트 유니콘'이었다. 어른이 되어 봤을때 어렸을때 놓쳤던 부분이 잘 보였고 훨씬 숨은 뜻이 풍성하고 많았다.


자기가 숲에 남은 마지막 유니콘이라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이 다른 유니콘을 찾아 떠나는 여정, 그리고 마법사 친구를 만나 인간의 몸에 갇히게 되고 시련을 겪고, 원치도 않은 연애질에 휘말리게 되지만  결국 제 몸으로 돌아와 파도에 갇힌 동료들을 구해내는 내용이다. 기존에 많이도 주입시켰던 여아용 공주 스토리랑은 참 많이 달라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유니콘이 걍 자기세계로 돌아가는 부분이 정말 깔끔했고 그 어린 나이에도 이해됐다.


나이들면 늙고 쇠약해질 왕자 하나 vs  
영원히 사는 또 나를 이해하는 유니콘 동족들 그리고 살려야할 숲들.
무게와 당위성은 당연히 후자의 것이었음.
 
천편일률적인 결혼엔딩이 그때봐도 좀 지겨웠다.
뭐 사람이라면 다양한 부분들을 고민할 수 있지않나?
그런데 허구헌날 결혼엔딩이면 이건 프로파간다가 맞았다.


인어공주도 디즈니는 결혼엔딩으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원작으로 첨 읽었을때 그 생각함. 나같으면 왕자를 바다에 있는 부하들 시켜 죽이고 내가 원하는 걸 얻겠다. 라고... 여튼 이 작품은 확실히 디즈니 혹은 재패니메이션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특히 그림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꼭 움직이는 그림책 느낌, 사람이나 자연물 디자인도 꽤 창의적이고 매혹적이다.


유튜브에 풀 버전이 올라와 있어서 다시 봤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추억보정을 덜 받았고 그때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꽤 많았다. 초반에 동행인 마법사가 레드불에 공격받는 유니콘을 도우려 급히 주문을 외운덕에 유니콘은 여자가 되고 레드불에게서 벗어난다. 레드불은 오로지 유니콘만 공격하니까. 그때 인간으로 변한 유니콘이 내겐 참 아름다워 보였는데 의외로 유니콘은 그 상황을 정말로 끔찍하게 여겼다. 그 점이 어릴땐 이해가 안갔다. 그러나 다시 보니 이해가 되더라. 그 몸에 갇힌 직후 유니콘이 '내가 죽어가는 걸 느낀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 고통이 너무 생생하게 전해졌고, 공감됐다.

자기는 유니콘이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수 많은 전래동화속에서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마물들이 수두룩한데 그것과는 딱 반대였다. 있는 그대로 자기자신으로 사는게 좋았고 사람이랑 엮여서 좋을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맨날 통수나 맞는 구미호보다야 유니콘이 훨씬 똑똑해보인다. 이게 문화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유니콘의 결이 훨씬 더 잘 이해됐다.


지금도 동북아 요괴들을 혹시 만난다면
'왜 굳이 인간이 되려고 합니까? 뭐가 좋다고요?'라고 묻고 싶으니까.


주제가 부분을 첨부했다. 가사 하나하나를 장면으로 구현해냈다. 지금봐도 비유가 풍성한 수수께끼 같은 대사도 많았고... 왕궁을 매우 아름답고 찬란한 곳으로 묘사하지 않은것도 인자한 왕따윈 없는 것도 매우 세련됐다. 중간에 서커스단을 보여주는데 진짜 유니콘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의 맹점에 착안, 멀쩡한 뿔이 있는 유니콘의 이마에 인간의 눈에 보이 다른 뿔을 마법으로 보이게끔 하는 마녀. 그리고 그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도 잘 그려낸 듯하다.


주제가는 영국 락 밴드 'America'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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