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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25. 2022

팔랑귀가 팔이피플을 패스한 까닭

갈까마귀의 눈 9

얼마 전 명품하울 및 리뷰 그리고 패션사업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모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가
옷과 구두카피에 이어 백화점 납품 귤과 일반귤을 재포장해서 섞어팔아 폭리를 취해 문제가 된 기사를 봤다.
갑자기 또 궁금증이 돋아, 쭉 살펴봤다.

'대접받는 느낌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써야한다'

'혹시 명품관이 불친절 하더라도 거기는 원래 그런 니까 알아서 이해해야 한다.'

'짜가 여러개 사느니 진짜 비싼 디자이너의 진퉁을 사자'

'인생을 즐기자 멋지고 자유롭게'

품목은 다양했지만, 하는 말은 똑같았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아 그렇구나 라고 했으면 좋은데, 저 인플루언서가 카피한 옷을 비싼 값에 주고 산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그 귤도 그렇고. 물론 속은 사람보다는 속인 사람이 나쁘다.
그 인플루언서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체험형 파티 즉 구독자를 위한 캠프나 자신의 매장이벤트 등등을 열었었다. 사실 그들이 산건 그 제품이 아닌 체험이 주는 효용감이었을테다.

Flex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그 대접받는 느낌을 받거나 혹은 시발비용이라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받는 스트레스의 고삐를 '소비'로 풀어내기 위해서로 보였다.

돈은 여권보다 강하다. 어디서든 프리패스, 그리고 자금출처에 대해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나도 자본주의 세상을 사는 사람이고, 소비가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궁금해졌다.


왜 사람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걸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때론 실제생활에 위협이 될 정도로
 감가상각이 심하게 되는
비실용적인 물건을 살까?



제프리 밀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제프리 밀러의 <스펜트>

10년 전 나온 책인데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강하고 명확한 통찰 그리고 대안까지 잘 정리되어 있는 양서라 본다.


바로 이 책에서, 교수이자 작가인 제프리 밀러는 이런 문제를 진화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P&G, 코카콜라, 세인즈 베리의 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소비와 소비주의의 비밀을
인류를 오랫동안 지배한 생존과 번식의 전망 즉 생물학적 적응도를 뽐내고 위조하는 데서 봤다.
지금 나오는 '경험을 판다'는 마케팅은 사실 오래 전 부터 시작됐다.
저자의 말대로 더 이상 회사들은 스테이크를 팔지 않는다. 지글지글을 팔지...


과잉 성애화 된 미디어 속에서
사람들은 계속 짝짓기에 시기에
고착되어 있고 거기에서
자기과시와 위협행동을 하고,
심지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착한소비'까지 그것에 사용한다.


물론 소비를 하는 사람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거다. 이건 이게 좋고 저게 좋고 그래서 필요하고



배지=브랜드


제프리 밀러는 이 책에서 '배지'개념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브랜드'가 그거다.
사회적 지위, 우정, 짝짓기 기회를 바로 여기에서 얻는다.
기업은 이런 개념으로 스토리 텔링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해왔다. 큰 기업은 그 역사의 에피소드를 담았고(배 침몰 시 유일하게 짐을 안전하게 보관했던 루이뷔통 가방, 뫄뫄 작가들이 사용한 블랙윙 연필과 몰스킨 노트, 제임스 본드가 몰았던 애스턴 마틴과 그가 입었던 브리오니 정장, 마리 앙뜨와네뜨의 시계를 만든 역사가 있는 그 남자들이 환장하는 브레게 등)위의 그 인플루언서나 요새 펀딩을 시작하는 기업들은 나름대로 스토리를 짜 넣는다.


결국 그 스토리를 사는거다.


그 스토리의 내용은...뭐 블라블라 많지만. 이걸 가지면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기호로' 널 매력적으로 볼거다. 이다. 과시적 소비는 무조건 많이 사고 비싼 것을 산다는 의미에서 좀 더 넓게 '보여주다'는 의미로 확장이 된다. 그게 실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운영방식 그리고 만들어내는 제품과는 전혀 가깝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을 볼때 소비를 통해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 오랜시간 소비와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가꾸는 것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겠구나 싶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닐에 싸인 새 물건은 하늘에서 천사가 직접 베틀로 짜고 재봉해 무균실에서 소비자의 손으로 가는게 아니며 재활용가게의 옷도 별차이가 없다는거..였다.

그래서 이 책을 덮자마자 자주 가던 재활용 가게에 가서 옷의 품질을 살펴봤는데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는 거에 놀랐다. 뭐 공익적으로 기업에서 새 물품을 기부하는 것도 많고...난 뭐 그래서 가성비 충분히 누리며 득템했다.
브랜딩 일에 투입도 되고 카피도 써보고 하니까 이 책이 실무적으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소비는 다른 형태로 진화할거다.  그래서 내가 공유경제에 대해 많이 회의적이다. 추구해야할 방향이고 노력은 해야겠지만 인간에겐 아직 야생동물의 본능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마케터와 소비주의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 무엇보다 인플루언서 A.K.A 팔이피플들이 파는 이상한 물건을 구입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짜물건에 힘들게 번 돈을 날리는 일만큼은 확실히 방지해준다. 이 팔랑귀인 내가 그랬으니 다른 사람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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