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난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고 애교라고는 전혀 없고 그저 혼자 틀어박혀 있기만 좋아했거든. 어른들이 이뻐할 타입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막 부모님이 퇴근하면 다른집 딸내미들 처럼 와서 앵기거나 하지도 않았고 낯가림 있고. 조카의 이쁜짓을 본 일 없는 친척들. 그래도 일단 막내 남동생이 사람 좋아하고 애교대장이니 밸런스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각자 맡은 포지션이 있는듯하다.
그러나 참 이해가 안가는게 큰외삼촌과 고모 이 분들이 이 매력없는 조카를 예뻐해주시고 나에게만큼은 뭐든 아끼지 않으셨었다.
고모는 직장생활과 갓 태어난 남동생 육아로 힘들었던 엄마를 도와 내가 아기때 몇 달 정도 직접 키워주시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살게 된 큰외삼촌은 남동생들과는 티나게 다를정도로 나에게 뭔가를 더 많이 베푸셨었다. 뭘 사달라고 조르는 편도 아니어서 의사표현도 거의 안하는 조카에게 당시 당신들이 줄 수 있는 '요즘 가장 핫한(?)' 선물을 골라주신 듯하다.
부모님은 그저 실용적인게 우선이었고 맏딸이 그 외의 것을 요구하는 건 좀 이상하게 보셨던 듯하다. 뭐 이해된다. 부잣집이 아니었으니. 나도 괜히 뭔가 더 요구했다가 철없는 인간 취급받는것도 피곤했고. 그렇게 그냥 '뭐 어쩔수 없지' 이렇게 지냈었다. 그래서였나.
고모 특히 큰외삼촌이 그 반대되는 가심비 부분을 담당해 주셨던 것같다.
큰외삼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지능과 관찰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고모는 속정 깊지만 냉철한 편. 필요한것 딱 주시고 쿨하게 휙 떠나는 스타일.
둘이 스타일이 매우 달랐고 서로는 소닭보듯 이었으나 두 분이 내게 주신 메시지는 동일하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지 난 너를 아낀단다. 나한테 굳이 뭘 안해도 돼.
그렇게서 받은 선물이 유리로 된 모빌이라든지 비싼 장신구와 옷, 각종 책들 때론 놀이공원 놀러가기였다.
그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게 바로 '하트베어'다.
당시 안으면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는 하트베어라는게 있었다. 보기엔 그냥 곰돌이(당시는 내가 선물 받은 건 분홍색) 인형인데 옆에 밸크로가 있는 주머니가 있고. 그 안에 빨간색 하트모양 심장이 있었다. 건전지를 넣으면 안을때 쿵쿵 거렸다. 당시 참 힘들었던 학교생활을 그 인형을 안고 자며 버텼다.
사람모양물건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꽤 오랫동안을 그 인형을 세탁하고 관리하며 잘 지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