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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Dec 26. 2022

케어베어와 하트베어

갈까마귀의 눈 10


어릴적에 난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고 애교라고는 전혀 없고 그저 혼자 틀어박혀 있기만 좋아했거든. 어른들이 이뻐할 타입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막 부모님이 퇴근하면 다른집 딸내미들 처럼 와서 앵기거나 하지도 않았고 낯가림 있고. 조카의 이쁜짓을 본 일 없는 친척들. 그래도 일단 막내 남동생이 사람 좋아하고 애교대장이니 밸런스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각자 맡은 포지션이 있는듯하다.


그러나 참 이해가 안가는게 큰외삼촌과 고모 이 분들이 이 매력없는 조카를 예뻐해주시고 나에게만큼은 뭐든 아끼지 않으셨었다.

고모는 직장생활과 갓 태어난 남동생 육아로 힘들었던 엄마를 도와 내가 아기때 몇 달 정도 직접 키워주시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살게 된 큰외삼촌은 남동생들과는 티나게 다를정도로 나에게 뭔가를 더 많이 베푸셨었다. 뭘 사달라고 조르는 편도 아니어서 의사표현도 거의 안하는 조카에게 당시 당신들이 줄 수 있는 '요즘 가장 핫한(?)' 선물을 골라주신 듯하다.


부모님은 그저 실용적인게 우선이었고 맏딸이 그 외의 것을 요구하는 건 좀 이상하게 보셨던 듯하다. 뭐 이해된다. 부잣집이 아니었으니. 나도 괜히 뭔가 더 요구했다가 철없는 인간 취급받는것도 피곤했고. 그렇게 그냥 '뭐 어쩔수 없지' 이렇게 지냈었다. 그래서였나.


고모 특히 큰외삼촌이 그 반대되는 가심비 부분을 담당해 주셨던 것같다.

큰외삼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지능과 관찰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고모는 속정 깊지만 냉철한 편. 필요한것 딱 주시고 쿨하게 휙 떠나는 스타일.


둘이 스타일이 매우 달랐고 서로는 소닭보듯 이었으나
두 분이 내게 주신 메시지는 동일하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지 난 너를 아낀단다.
나한테 굳이 뭘 안해도 돼.


그렇게서 받은 선물이 유리로 된 모빌이라든지 비싼 장신구와 옷, 각종 책들 때론 놀이공원 놀러가기였다.

그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게 바로 '하트베어'다.



당시 안으면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는 하트베어라는게 있었다. 보기엔 그냥 곰돌이(당시는 내가 선물 받은 건 분홍색) 인형인데 옆에 밸크로가 있는 주머니가 있고. 그 안에 빨간색 하트모양 심장이 있었다. 건전지를 넣으면 안을때 쿵쿵 거렸다. 당시 참 힘들었던 학교생활을 그 인형을 안고 자며 버텼다.


사람모양물건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꽤 오랫동안을 그 인형을 세탁하고 관리하며 잘 지냈었다.


그리고 당시 미국방송에서 해주던 케어베어라는 애니메이션


https://youtu.be/ASzFs4_4kvk



부드러운 색감, 무해하고 귀여운 비주얼이 좋았다. 그래서 영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 이 애니메이션은 잘도 챙겨봤었다.


얼마 안지나 우리나라에도 '더빙판'이 잠시 들어왔었던 게 기억이 난다

얼마전 다이소 그리고 교보에 갔었는데 저 '케어베어'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역시 곰돌이 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건 없는가 싶기도 하고. 레트로취향의 반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추억보다는 안좋은 기억이 더 많아서 어린시절은 웬만함 잘 생각하지 않는데


또 뒤져보면 나에게 큰외삼촌이나 고모같이 대가없는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들. 그리고 그 당시 보고 위로 받았던 비인간형 위로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게 신기하다.


나도 내 조카들을 우리 고모나 외삼촌이 내게 했던 것처럼 대하고 싶다.


굳이 나한테 가까이 와서 뭘 하려 하거나
어색한데 억지로 친해지려 노력 안해도 돼.
나도 그냥 필요한 거 있음 슬쩍 주고 지켜볼게.
그저 네가 무사히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기만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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