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학습의 출발점은 '사람'이다
국내 TESOL 교육 과정을 통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 놀이와 흥미 중심의 영어 교육으로 유명한 어학원에 취업하게 되었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 어학원에서는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한국인 강사가 가진 교육적 배경과 정서적 이해, 원어민 강사의 언어적 감각과 문화적 배경이 잘 어우러질 때 수업은 훨씬 풍성해졌다. 강사 간의 유기적인 소통과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TESOL 과정을 통해 이론으로만 접했던 교수법을 하나하나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며, 나는 본격적인 영어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에서 먼저 아이들을 만났던 경험은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단순히 영어 실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를 존중하며,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수록 새로운 언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순조롭지는 않다. 특히 영어 노출이 많지 않거나, 부모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억지로 배우는 아이들은 장기적으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학원에서 만난 몇몇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입을 가리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이럴 때,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뜻한 격려와 기다림은 아이가 다시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이 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영어로 말해보는 것, 그 자체가 언어 학습의 진짜 출발점이다.
어떤 언어를 배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다.
그 언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영영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선생님’이다.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할 때 단순히 교사의 경력이나 실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우리 아이와 진심 어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났다면, 이미 영어 학습의 첫 단추는 제대로 꿰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하루 종일 머무르진 않지만, 일주일 몇 시간의 수업만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시간이 단지 단어와 문장을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시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년간 어학원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나는 매 수업마다 아이들의 눈빛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 눈빛 속에 담긴 두려움, 호기심, 기쁨, 부끄러움의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도 마음속으로 바란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려 했던 그 순간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로 남아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나를 기억할 때, 단어 하나보다 마음을 더 많이 나누었던 ‘좋은 선생님’으로 떠올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