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시행착오와 적응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순간이었다. 익숙해진 교실의 풍경, 신뢰로 단단해진 관계, 그리고 차근차근 다가오던 영주권 절차. 미래는 조금 더딜지라도 분명 나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 통의 소식이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우리 카운티가 외국인 교사 비자 지원 과정에서 교사 개인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이 법적 문제가 되면서 행정 소송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외국인 교사들이 각자 짐을 꾸려 떠날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 역시 그 길 위에 서게 되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왜 또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과 원망이 뒤섞였다. 취업비자를 지원해 주는 다른 주의 카운티로 옮길 것인지, 관심 있던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박사 과정에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여러 선택지를 앞두고 부모님과 긴 대화를 나눴다.
부모님은 '네가 행복한 곳이면 어디든 괜찮다'라고 하셨지만, 목소리 너머로 6년 만에 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어느 길을 택하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한 번 내린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무게가 마음을 짓눌렀다.
고심 끝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6년 동안 가족 없이 홀로 지냈던 시간 끝에, 이제는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야 한국에 정착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정했지만, 정들었던 학교의 동료 교사들, 학생들, 그리고 교회 식구들을 떠날 생각을 하니 슬픔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방인으로 살던 처음의 마음과 달리, 미국 생활은 이제 제2의 고향처럼 나를 감싸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4년 동안 서툴렀던 초임 교사에서 아이들과 동료들이 믿고 의지하는 교사로 성장한 것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야 한다는 상실감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마지막 수업 날,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오래 나를 붙잡았다. 책상을 정리하던 손이 멈추고, 떠나는 이유를 묻는 눈빛들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나는 웃으며 “새로운 선생님이 올 거야. 그분도 너희를 참 좋아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 교실에 남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나는 늘 믿었다. 사람의 마무리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그래서 나의 학교에서의 마무리는, 내가 떠나더라도 아이들이 새로운 선생님께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맞아, 그 선생님은 항상 나를 향해 활짝 웃어줬었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었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위로해 줬었지.”라고 남는 것.
그렇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힘들 때마다 떠올려 미소 지을 수 있고, 어려운 순간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남는 것. 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날, 많은 친구들이 공항으로 나왔다. 이별의 아쉬움이 너무 커서, 말보다 눈빛 속에 더 많은 마음이 오갔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할 순간이 왔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나온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했던 꽉 찬 6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으로는 햇빛이 가득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은 포근한 솜처럼 흩어져 있었고, 멀리서 반짝이는 강물과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맑고 평온한 하늘과는 달리, 내 마음속 깊이 눌러왔던 서러움과 허전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참아왔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흘렀고, 기내의 환한 햇살 속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했다. 정해진 직장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이 6년이 나에게 준 것들은 분명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낯선 환경에서도 뿌리내리는 법, 그리고 진정한 작별의 의미.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땅에서도 나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었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다시 처음처럼, 그러나 더 단단하게.”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