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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an 17. 2022

당신에겐 진실의 방이 있습니까?

원온원의 공간

"진실의 방으로!"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형사는 용의자가 자백하지 않자 진실의 방으로 데려간다. 헬멧과 물리력이 동원되자 결국 용의자는 진실을 말하고, 수사가 진전된다.  


  조직에도 진실의 방이 있다면 어떨까? 영화와는 다르게 서로의 진심과 진실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정보를 교환하고, 오해를 불식하고, 관계를 다지는 성스러운 장소다


  공간에는 힘이 있다. 에버랜드에 가면 신이 나고, 교회에 있으면 엄숙해진다. 경찰서에서는 잘못한 거 없어도 위축된다. 


  진실의 방은 마음이 편하고 아무 이야기나 해도 용인될 것 같은 안전한 공간이다. 기왕이면 햇살이 비치고, 은은한 향기도 나면 좋겠다. 초록 식물은 마음을 안정시킨다. 가볍게 먹을 것이 있으면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다.


  물리적 공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사람이 주는 영향력이다. 상대를 향한 눈빛, 표정, 몸의 각도, 앉은 자세 등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보여준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대화 방식이다. 말을 끊거나 반박하는 말은 입을 닫게 만드는 독이다. 좋은 질문과 경청으로 깊은 만남이 가능하다.


  회사 설립 초기,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사장실 대신에 회의실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회의도 하고 면담도 했다. 현장 일용직부터 관리직까지 백 수십 명의 직원들과 여러 차례 일대일로 만났다.


  처음에는 교무실 끌려온 학생처럼 불편해하지만 이내 마음을 연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회사에서 하는 일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눈다. 다음 날 라인에서 마주치면 전보다 반가운 눈빛을 교환한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공유한 특별한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리더가 자신을 알아줬다는 것 만으로 제품을 다루는 손길이 달라진다. 더 잘하려고 한다.


  진실의 방에서 마음을 나누려면 나부터 마음을 열어야 한다. 조직에서 특정 역할을 하기 위해 쓰는 가면을 벗고 구성원과 존재 대 존재로 만난다. 나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낼 때 상대는 나를 인간으로 받아들인다. 나의 부족함, 나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조직의 리더라면 진실의 방을 만들어 보기 바란다. 꼭 그럴듯한 상담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구퉁이 탕비실일 수도 있고, 회사 근처 카페일 수도 있다. 점심 먹고 한 바퀴 도는 산책길도 좋다. 두 사람 긴장을 풀고 담소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부터 소통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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