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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ul 26. 2021

애자일 알레르기

데일리 스크럼 미팅

한 조직에서 구성원의 역량 개발을 위해 시도할만한 것을 토론했다. 아이디어가 전개되다가 애자일 데일리 스크럼 미팅을 해 보자는 안으로 모아졌다. 그때 유독 한 명의 안색이 어두워져서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거 전에 해 봤어요. 애자일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려요. 하고 싶지 않아요.

    
   몇 가지 과거의 경험에 대해 질문해 보니 과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만했다. 애자일로  사람을 단단히 괴롭혔던 거다. 애자일 본래의 의도는 사라지고 관리와 통제만 남았다. 

 애자일 선언문에 의하면 주창자들은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결국 애자일은 형식보다 상호작용과 유연함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애자일 도입이 쉽지 않은 것은 위의 가치는 살리지 않고 형식만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경직된 조직에서 또 하나의 관리 도구가 되고 만다.  




   제조회사 재직 시절 매주 수요일 1시 TQM(Total Quality Management) 회의가 있었다. 사장 주관으로 전체 제조 및 품질 담당자들이 모여서 주간 품질 이슈를 점검했다. 공정별 주요 불량 현황과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질책과 변명, 비난과 책임전가가 난무했다. 2시간 꼬박 서서 고문을 당하고 나면, 본래 의도였던 지속적 품질 개선에 노력하기는커녕 품질의 품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데일리 스크럼을 잘 활용하면 좋은 점이 많다. 구성원들이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자발성이 높아지고, Free rider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리더는 전체 업무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는 일을 조기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관리와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순간, 정신을 사라지고 도구만 남는다. 과거 오전 업무 회의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교장선생님 훈화는 길어지고 학생들은 땅만 보고 있다.   


   역설적으로 애자일 방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형식을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데일리 스크럼 미팅의 경우 정해진 세 가지 질문(어제 어떤 일을 했는가? / 오늘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가?)에 대해서만 간단히 발표하고, 미팅은 15분 내에 끝낸다. 리더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이 방법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면 변화를 주든지 폐기하는 것도 애자일스럽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잘 성장해 왔다.  이제는 일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르게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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