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nseo Mar 23. 2024

청소

청소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더라.

청소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특히 거울 청소. 거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다. 신경써서 입어본 옷, 사진에다가 기록해볼까 싶어 카메라를 들고 찍으면 뭐하나. 아무리 닦아도 생기는 먼지에, 거울은 뿌옇기만 한걸.

먼지 하나 없는 거울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마른 수건을 마련했다지.

그리고 나서 입김 호호 불어 마른 수건으로 닦아보았다.

그런데도 남아있었다. 하야안 정체모를 자국들이 말이다.

아마 '마른' 수건이라서 이 자국들이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에 흠뻑 젖은 수건을 마련했다.

마른 수건을 대할 때보다 조금 더 힘을 줘서 거울을 닦아보았다.

효과는 대단했던가.

자국들이 점차 자아를 포기하며 자취를 감췄다.

다시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의 모습을 비춰봤다.

이럴수가, 미미하게 숨어있던 자국들이 끈질기게 붙어있다.

게다가 물이 말라 물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얄미웠다. 거울이 너무 얄미웠다. 사람한테도 잘 느끼지 않았던 얄미운 감정이 거울한테 들었다.

자국하나 남기고 싶지 않았다. 완벽한 거울을 만들고 싶었다. 헛된 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은 거울로.

비장의 무기 하나를 생각해냈다. 바로 '알코올'.

어릴적에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을 때, 어머니가 알코올 솜으로 한번에 해결했던 기억이 났다.

기분 나쁜 매운 냄새가 코끝을 건드리지만, 그래도 거울을 향한 나의 승부욕은 그 냄새 또한 아군으로 느끼게 하였다.

뽀드득, 뽀드득

알코올로 한번 지워봤다.

역시 부모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고, 거슬렸던 자국들이 모두 지워졌다.

이게 뭐라고, 거대한 뿌듯함이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다.

그리고는 한동안 또 날마다의 옷차림을 사진첩에 담았다.

그런데,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건지 거울은 또 다시 점박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닌가. 거울이 아니라 먼지가 나를 우습게 여기는건가.

비춰진 나의 자화상을 볼때마다 먼지가 소복히 쌓여가고 있었다.


더 이상 얄미움에서 그치지 않았다.

짜증나고, 화가나고, 답답했다.

나의 깨끗하고 선명한 모습은 언제쯤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

나는 영원히 나의 더러운 형상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나의 시간은 늘 먼지로 뒤덮여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저 깨끗한 내 자신을 마주하고 싶었을 뿐인데, 알 수 없는 먼지와 자국들이 자꾸 나를 덮쳤다.

지금도 여전히 의미없는 싸움을 이어간다.


윤동주 선생님도 이런 심정이셨을까.

밤이면 밤마다 거울을 닦아 보아도 부끄러운 나의 자화상. 눈치없게 계속 눈에 띈다.

지워도 지워도 끈질기게 생겨나는 거슬림 때문에 거울이 아니라 이제는 나에게 알코올을 쏟아 붓는다.

떼로 오염된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자. 잠깐이라도 망각하고자.

술의 힘을 빌려 밤이면 밤마다 나의 모습을 지워본다.

하지만 여전히 먼지에 휩싸인 형상이 거울 속에 비친다.


거울 청소는 언제쯤 끝이날까.





 

작가의 이전글 <파묘>의 쇠말뚝이 떠올리게한 이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