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호구

하얀 너를 그저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어

by yannseo

마침내 왔구나, 겨울다운 겨울날이

하늘에서 신나게 내려오는 너는 알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하얀 너도

제법 떼 좀 탔다는 사실을


'겨울, 겨울'

온몸을 덮는 속삭임에

길 가다 마주친 붕어빵이 고파진다


'에이, 도망가야 하는 데 실패했네.'

거세진 눈발에 붕어빵 아저씨 입은

한숨 섞인 입김만 머금는다


그래도 내 손에 쥐어진 붕어빵을 보니

다시 설렘이 입안에 쌓인다


어라, 팥이 절반밖에 없네

정작 아저씨가 아니라 팥이 도망가 버렸다

너만 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팥은 그대로였을 텐데



그놈의 겨울 기분

몇 번이고 속아버리는구나

결국 너는 낭만을 베어 물고 가버렸다

네가 만들어 낸 상술에

여전히 나는 기꺼이 속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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