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nseo Mar 24. 2024

달팽이

달팽이의 집은 소중하다.

비오는 날, 길거리를 누빌때면 내 모습과 똑같은 친구들을 만난다.


그것은 달팽이.


달팽이는 집을 이고 다닌다.

나도 집을 이고 다닌다.


내 고향,부모님, 형제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득 실은 북적북적한 나만의 집.

나는 내 집으로부터 영양분을 얻으며 살아간다.

계속해서 주입되는 사랑, 편안함, 따뜻함, 그리고 행복.

나의 집은 곧 하나의 ‘우리’를 만들고, 기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나 단비 속이 평화로울 수는 없는 법.


‘아그작.’


누군가가 던진 돌맹이에 나의 집이 산산조각이 났다.

내 고향이 사라졌다.

내 부모님이 떠나갔다.

내 형제들이 흩어졌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별을 고했다.

나의 영양분은 증발했다.

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저 형편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방금전까지 호흡이 되어줬던 집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살을 서서히 파고 든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집을 잃은 상실감이 나의 숨을 옥죈다.

이제 더 이상 나의 집이 없다.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이 나온다.


소름끼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차갑게 식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흉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