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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Jan 22. 2020

독일과 한국의 정치는 다를까?

당연히 다르다.

당연히 다르다는 대답으로 짓궂게 시작하는 첫 글이다. 앞으로 다가올 주제들에 대한 대략적인 목록을 구상하기 위한 메모이기도 하다. 우선 "다르다"는 건 당연한 것이지, 다르단 것이 좋고 나쁘다는 취지가 아니다. 갑자기 다문화에 대한 항변처럼 들리게 됐는데,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는 논의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이쪽의 우리가 쌀을 먹고, 저쪽의 사람들은 빵을 먹으며 자란 사실이 의식적 결정이었다기보다, 지역의 주어진 특성에 의한 결과였으니까. 같은 의미로 이쪽의 정치와 그쪽의 정치가 다른 것이, 엄친아 바라보듯 비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당연하지,라고 독자는 반문할 수 있겠고, 발끈할 수도 있겠다. 혹자는 그래도 한국은 좀.. 이라며 한숨 쉴 수도 있겠다.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좀 이쪽 정치인들은 여하튼... 저쪽 당은 아무래도... 하며 익숙한 반감을 재생할 수 있겠다.


독일과 한국의 정치 비교를 할 때 이토록 다양한 반응이 예측 가능한 이유는 첫째, 정치란 지지와 반대를 동반하며 그만큼 정서적 마찰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란 것은 여러 가지를 감싸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독일-한국 정치의 비교만 떠올려도 당장 유력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정치인, 즉 여러 정당의 과거나 현재를 대표하기에 이른 상징적 정치인들. 

정치적 제도, 즉 선거나 삼권분립과도 같은 포괄적인 실행 체제들. 이렇게 정해진 규율들을 정치인이 얼마나 잘 지키는지도 제도에 달렸다. 

정치적 문화, 즉 사회와 정당의 조직원이 서로를 대하는 보편적 행태와 양식들. 정치인들이 규정을 지키는 대신에 무엇을 하는지 또한 문화에 해당된다. 영화에 등장할 법한 예를 들어, 돈이 담긴 사과박스의 목적은 비리라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행위이지만, 사과박스의 형태는 다분히 문화적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당연히 영화에만 등장해야겠죠? 

정치적 이념, 즉 한 나라의 국회가 얼마나 우측으로, 그리고 얼마나 좌측으로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유. 아무래도 나라의 역사와 연관이 깊다. 독일의 극우 정당이 왜 엄격하게 주시되고 있는지 생각하면 쉽다. 이미 크게 데어봤으니까,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뜻인 거다. 

정치적 사상, 즉 이념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질감과 깊이. 이는 단숨에 정비되는 것도 아니고 빈 깡통은 아무래도 소리가 나기 마련이라서, 앞의 네 가지에 비해서 제일 오래 걸리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상이 풍부해야 정치적 행동에 명분과 이유가 생긴다. 신념과는 좀 다르다. 신념은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단순히 광적이기도 하니까. 신념은 그 자체가 아니라 올바른 신념일 때라야 멋진 것이다. 이 모호한 "올바름"이란 어디서 나올까? 누가 정하는 걸까? 인간은 "옳은" 답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옳다고 판단하기 위해서 배우고 해석하는 일에 끊임없이 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과 집단의 노력을 사상이라고 하자.


이렇게나 다채로운 모양과 차원들이 모인 곳, 그것이 정치다.

다시 묻겠다. 독일과 한국의 정치는 다를까?


당연히 다르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지 말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위의 다섯 가지의 길이 있다. 앞으로 써 내릴 글들은 위처럼 순서 정연하지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위의 영역을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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