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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Apr 12. 2020

독일은 코로나 이후 더 가난해질까?

미리 고민하는 지혜

선거철이군요! 한국에게 건승을 빈다. 물론 누구를 옹호하거나 할 마음은 없다. 나는 정치인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그들이 필요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것이다. 양파와 양파 깎기의 관계처럼.


이전에 미국에서 박사 공부 중인 이태리 친구와 (정치학도이다) 얘기하며, 정치인은 내가 하지 못하는 전문적이거나 행정 인프라를 요하는 일들을 대신해주는 역할이라는 정의를 내리며 우리끼리 좋아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의 한도인 것 같다. 그들도 한낱 인간일 뿐이니 더 거창한 것을 바라지를 말자. 


정치인의 역할 중 하나는 미리 고민하는 것을 포함한다. 오늘의 기사는 선거철 정치인은 아니지만 현재 장관직을 맡은 인물들과 포르셰 회장과의 대담 인터뷰다. 적진을 정하고 맹렬히 전사하는 식의 선거용 정치도 좋지만 (필요한 면모가 있지만) 그것이 정치의 전부라면 무인도로 이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장관이란 행정을 겉으로 향하게 하고 진영 정치는 안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거꾸로 뒤집어 입은 스웨터 쯤이 아닐까 싶다.


실질적인, 1과 1을 더하기 위해서 1 들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정도의 실질적이다 못해 건조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포문을 연다. 3자 대면이지만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장관 1, 장관 2, 회장 1로 칭하겠다. 장관 1,2의 선정 이유는 국내 두 곳의 포르셰 공장이 위치한 각 주의 장관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코로나는 국가와 경제 간의 사이를 변화시킬까요?

장관 1: 이제껏 만들어온 좋은 관계의 덕을 지금 보고 있어요. 보호장비와 의료기기 제작을 도와달라는 요구에 350곳의 기업이 놀라운 규모의 반응을 보였어요. 포르셰나 다임러 같은 회사들이 보호의복이나 마스크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을 도우면 너무 멋진 성과죠.


정치가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놓친 부분들을 만회하는 것이 기업의 몫인가요?

회장 1: 그렇지 않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각자의 장점을 동원하는 거죠. 이런 규모의 판데믹은 아무도 예측 못하죠. "차라리 이렇게 했으면"식의 논쟁은 지금 소모적이에요. 지금은 서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희 본사들의 경우 협력을 모범적으로 해나가고 있고 결국 정치, 기업, 사회가 각자 제 몫을 기여할 것입니다.

장관 2: 실제로 기업들이 매우 건강한 애국주의를 발휘하고 있어요. 임원진뿐 아니라 주주들과 직원들을 포함해서. 각 개인의 걱정이 태산이지만 함께 도전하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국제적 기업의 강점이 고맙죠. 예를 들어 포르셰가 중국 현지에서 보유한 네트워크는 저희가 주정부로서 가질 수 있는 것과 비교가 안돼요. 그래서 물품을 독일로 가져올 수 있죠.


럭셔리 스포츠가 제조사가 보건에 기여할 부분이 뭔가요?

회장 1: 실질적 수요가 어디가 긴급한지 정치와 함께 파악하고 어떤 도움을 취할 수 있는지 빠르게 정리했어요. 그렇게 "포르셰가 돕는다"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예를 들어 포르셰 컨설팅과 저희 IT전문가들이 긴급 위원회를 지원합니다. 또 보호복의 유통 라인을 만들고, 장비를 기부하고, 병원 등에 돈을 기부합니다. 기부 예산 자체를 늘렸고요. 그리고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합니다. 구조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구제 기관의 운전사 같은 분들이 계십니다. 이 모든 걸 기획하기 위해 플랫폼을 설립해서 독일 국내와 국제무대에서 가능한 활동들을 논의합니다.


지금 같은 예외적 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부활절 후에 정책이 느슨해질까요?

장관 2: 필요한 만큼 견뎌야 합니다. 프랑스나 이태리만 봐도 현재 독일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있어요. 아직 환자들이 병원 바닥에 누워있어야 하는 광경이 없고 사망자들을 운송하는 군대 차량도 없어요.

장관 1: 당연히 판데믹 억제 정책들이 경제에 해가 되는 건 고려하죠. 하지만 억제하지 않으면 인간과 기업에 더욱 해를 끼칩니다. 견뎌야 할 만큼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참을성을 가지기를 부탁해요. 부활절이 지나면 주장관들이 만나서 정책 완화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회장 1: 동의합니다. 너무 빠르게 복귀하면 안 돼요. 저희는 기업으로서 미리 점검 중입니다. 공장의 하루 업무 일과는 어떨 것인지, 가정에서 열을 재는 것과 위생, 보호복, 일터의 조성까지 포함한 디테일들을요. 생산을 재가동하면 사람의 안전을 우선으로 할 것입니다.


포르셰는 국가 보조금 없이 현재의 폐쇄를 헤쳐나갈까요?

회장 1: 가능합니다. 보조금을 요청한 단 한 항목은 직원의 1/3에 대한 것이며, 그들은 여느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입니다. 이런 경우 국가 보조금이 아니라 보험 서비스로서 근로자와 기업이 직접 수년간 국가에 납입한 돈입니다. 전체적으로 저희 기업의 유동성은 안전하지만 당연히 영원할 수는 없죠. 그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전 세계의 유통 및 세일즈 파트너들입니다. 그들의 안정성, 유동성은 어떤지? 그리고 재가동을 어떻게 계획하는지?


현재 포르셰 주문이 들어오기는 하나요?

회장 1: 그렇기는 한데 세계 지역에 따라 달라요. 중국의 경우 소비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고 유럽은 아직 매우 동결됐어요.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인간은 꿈과 욕구를 느끼게 돼요. 위기가 지난 후에 어쩌면 스포츠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한 방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거라고 했어요. 무슨 뜻일까요?

장관 1: 완화는 점진적일 것임이 분명해요. 각 분야의 전염 리스크와 그것의 경제적 효과를 주로 감안할 것입니다. 기업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고 그들이 모범적으로 행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장관 2: 기업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사회가 느끼는 시기입니다. 국가적 경제 기반이란 것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해지는 때죠.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유대감을 통해, 후에 기업인들이 국제 경쟁을 위해 요구하는 자유들을 더 귀담아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장관 1: 그에 더해서,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계기도 되길 바라요.


현재 정치는 구제 펀드에 큰돈을 투여하는 중이에요. 누군가는 지불해야 할 돈이죠. 그게 누군가요?

장관 1: 결국은 모두죠. 코로나 위기가 끝나면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보다 가난할 거예요. 저희 주에서 구제 펀드를 대량 확보하면, 그 돈을 10년 이내에 다시 충당해야 해요. 즉, 매년 [5억 유로, 현재 환산하여 약 6천억 원]의 국정 예산을 다른 곳에서 절약해야 하죠. 땅 파서 돈 나오나요. 환상을 가지지 맙시다. 누가 이 부담을 지어야 할지에 대한 가혹한 토론이 오갈 거예요. 다만 지금 당장, 위기를 견디는 중에, 그런 논의를 할 의미는 없는 거죠.

장관 2: 우선은 독일인으로서 기업과 보건 시스템을 위한 자원을 동원 가능하다는 것 자체로 감사해야 해요. 하다 못해 타국의 환자도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은 유럽의 유대감을 위한 중요한 상징이죠. 그건 지지하지만, 현재 코로나 펀드라는 이름으로 논의되는, 빚의 전반적 공유화는 반대합니다. 

회장 1: 위기 후에 경제, 보건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과제는 매우 어려울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작고 큰 기여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포르셰 직원들은 이윤 분배의 일부를 기부할 옵션을 제안해요. 저희 임원진은 그래서 개인 기부금으로 병원과 자선단체에 50만 유로를 전달했어요.

장관 1: 위기에서 잘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해요. 다른 경제위기와의 차이는 원인인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왔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판데믹을 다스리게 되면 다시 회복될 전망이 확실합니다.


이 와중에 기업홍보를 할 수밖에 없는 회장의 숙명은 그렇다 치고, 아주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지는 기사다. 중간에 e-mobility에 대한 부분은 생략했지만 진전에 방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이다. 전반적으로 다소 뻔한 얘기에 가깝지만, 예민한 주제인만큼 그것이 맞는 방식이기도 하다. 경솔한 것보다 뻔한 것이 아마도 나을 것이다.


기자도 그렇게 느끼는지 가장 충격적으로 들리는 발언을 제목으로 내걸었다. "코로나 이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가난해져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건 결론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터뷰의 틀이 틀인 만큼, 사회적 불균형에 대해서 포르셰 회장과 토론하기에는 아무리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 정상시에는 다소 엉뚱할 조합의 대화 파트너들과 주제 선정들이 가능해지는, 그래서 위기에 대항하는 도구가 발상의 전환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독일의 경우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편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 기사다. 분명히 다가올 미래의 빚을 분배하기 위한 오늘의 토론을 직설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것이 더 도움이 될지 그 반대일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경제의 기반을 떠나서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지, 근시안과 원시안 사이에서 정치인이 서 있을 지점은 어디가 좋을지도 궁금해진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시원한 답은? 없다. 답을 연구해서 도출하면 되는 줄 알고 박사까지 했는데 결론은 아니다. 나라와 상황에 따라서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기 때문에 남의 답에 의지하지 않고 개개인이 충분한 정보를 참고하되 편향을 피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현대 유권자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희소식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그건 독일도 마찬가지라는 심심한 위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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