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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Jul 19. 2020

독일 교회의 역할과 감소위기

코로나 전후의 상황 

독일의 교회는 한국처럼 붉은 십자가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고, 표면적으로나마 많은 신자들도 실생활에서 거의 인식되지 않는다. 교회를 다니는 것 자체가 꽤나 생소한 문화이다. 게다가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치는 운동이 커서 한국 같은 나라에 대입하면 근본적으로 신학적 마찰이 예상된다.


반면에 독일의 교회는 복지나 교육 등의 실질적 제도와 기관에 훨씬 깊게 녹아든 것 같다. 독일의 연방제도를 본떠서 조직화도 매우 체계적인 걸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치원 중에 개신교 유치원, 천주교 유치원 등이 따로 구비되어 있고, 기자 육성 학교도 따로 운영하는 등이다. 독일이라는 나라의 기독교 뿌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기관들에 추가적으로 준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또한 독일의 최대 정당은 이름에 "기독교" (기독교민주당)을 내포하고 있고, 독일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사회적 시장민주주의 또한 기원이 다양하지만 그중에 이타적인 기독교적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 한 때 유행하던 "경제민주화" 원리가 이것을 참고하려고 했었다. 가톨릭 지역인 바이에른 주에서 제1정당인 기독교 사회민주당의 의장은 최근에 모든 교실에 십자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사람은 성격이 굉장히 흥미로운 젊은 정치인이라 다음에 꼭 다루겠다). 


이렇듯, 내가 여기 살면서 본 기독교인들은 주변보다는 정계에 다 모여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고, 정치인은 자신의 가치관을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듯이 메르켈 총리는 목사의 자녀이고, 그녀가 워낙 따듯한 로봇 같은 사람이라서 잘 드러나지 않던 개인 가치관이 유럽 난민 사태 때 여과 없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렇듯, 개인 가치관은 평소에 딱히 드러낼 필요가 없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우선권을 쥐는 듯하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침투력이 지대한 기독교의 자원은 어디서 나올까? 독일 국민은 교회세를 낸다. 기독교 혹은 천주교 신자로서 "교회"라는 하나의 중앙조직의 대상을 향해 내는 세금이니, 헌금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말 준 정부의 기능을 교회에 위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신자로 등록이 되어 있으면 거주지의 구역 담당 교회가 알아서 정기적으로 계간지를 보내와서 교인 관리를 한다.


현재 누구나 마찬가지로 코로나에 경제 타격을 막심하게 입고 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교인 감소 문제와 합쳐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오늘 가져온 기사는, 코로나 위기 직전에 독일의 교회 탈퇴의 현장을 관찰한 것이다.


오늘 아침 쾰른에는 비가 내린다. 옛날에는 날씨에 따라서 예배를 가거나 가지 않았다. 오늘은 교회를 탈퇴할지 말지를 결정짓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 8시 전에 쾰른 지방법원 앞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 보다.


8시가 되자 사무실이 열리고, 교회 탈퇴 신청서를 반납하는 첫 시민은 은퇴하기 직전이 남성이다. 그는 올해 교회세를 내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를 탈퇴하는 수밖에 없다. 30유로를 지불하면 된다. 공무원은 정보를 기입하며 묻는다: "어떤 교회 (개신교, 천주교)에서 탈퇴하시나요?" 답변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정도이다. 서명하고 나면 증빙서를 우편으로 받게 된다. 5분, 탈퇴에 걸리는 시간이다. 


사무실 내부는 좁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거대한 질문들이 다뤄진다. 교회와 국가의 분리, 성추행 등. 왜 탈퇴하는지 아무에게도 묻지 않는다. 공무원이니까. 하지만 공무원 프뢰스텔 씨 앞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원한다.


예를 들어 30세 초반인 천주교인 남성은, 천주교회의 성추행 사건들이 너무 싫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가 그 많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교인들의 수는 줄어드는데 수익은 코로나 이전까지 올랐던 이유는, 노동시장이 활발했고 소득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조사로 알아낸 건 없다고 한다. 작은 운동협회라도 정산 내역을 밝혀야 하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은 것이 싫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선한 행동을 하고 싶고 돈도 기부하고 싶지만 교회에 맡기고 싶지 않아졌다고 한다. 그는 그가 어디서 세례를 받았는지도 기억하고 그의 어머니는 무려 종교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성당과 연을 끊으려 한다. 


교회와, 건물과, 휴일과, 인물들은 독일 사회에서 매우 큰 존재감을 지닌다. 하지만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가히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할 만하다. 조금 더 있으면 독일인의 대부분이 교회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폴란드 출신의 젊은 여성의 차례다. 그녀는 독실한 천주교인이지만 탈퇴하겠다고 한다. 적어도 독일에서 말이다. 폴란드 교회는 그녀가 탈퇴한 사실을 모를 터이고,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녀가 독일 교회에서 얻는 것이 없고, 교횟세도 절약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교횟세는 독일의 특산물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교회 헌금이 있지만 세금은 없다. 폴란드와 이태리는 아주 깊게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나라인데도 다른 길을 간다. 이태리는 소득세의 0.8%를 종교 단체와 사회적 목적에 헌납한다. 소득세 신고 시에 어떤 종교와 사회 목적에 헌납하고 싶은지 지정하면 된다. 스페인도 비슷하다. 독일의 연방 행정법원은 2012년에 교회를 탈퇴하지 않고는 교횟세 납세를 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걸 바꿔야 할지 수십 년째 토론 중이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21살 대학생은 어쨌거나 상관없는 듯하다. 그는 종교가 21세기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교회를 탈퇴하기 위해 지방법원까지 와야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그는 말한다. 복지단체 (카리타스)가 하는 일들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눈속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교회들의 복지 업무를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그는 말하며, 증빙서를 들고 법원을 떠난다. 


한국에서는 개신교의 이미지가 더 나쁘다면, 독일에서는 천주교의 이미지가 더 나쁘다. 성추행 관련해서 사건이 끊임없었던 이유가 크다. 그러니 이미지가 나쁜 것은 2차적인 문제요, 내부의 문제가 1차적인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어디 있건만, 독일 천주교회의 성추행 발생 빈도는 도를 넘었다는 시야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탈퇴할 사람은 할 것이다.)


젊은 독일인은 교회와 접촉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인 동시에 기독교 교리나 개념, 성경 속 에피소드는 독일의 문화, 문학, 교육과 밀접하다. "유다의 삯"이나 "야곱의 길"같은 표현은 기본 교육을 받은 독일인이 일상적으로 쓸법하다. 그래서 독일인은 교회와 굉장히 친숙한데도, 굉장히 멀리 있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를 바라볼 때 신앙을 제외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여느 영리, 비영리 기관에 거는 기준과 기대를 동시에 이중으로 적용한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도, 복지단체도 운영을 제한 중이고 교회들은 출입 금지가 대부분이며 앞으로는 일자리 감축 또한 불가피할 것이다. 독일 교회 재정의 대부분은 인력의 월급에 쓰이기에 당장은 불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일자리 제공자이자 남녀노소를 위한 생활 복지의 제공자이다 보니 교회의 출혈은 사회의 출혈이기도 한 상황이다. 이것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과제련만, 도덕적 실추로 인한 이미지 하락과 그로 인한 교인의 신뢰 하락은 어디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지혜롭게 해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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