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9일
팀장님, 점심 식사 안 하세요?
이제는 잘 듣지도 않는 질문이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점심시간, 가끔 주변을 둘러본다. 자리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이 있을 것이고, 다이어트를 위해 자리에서 가볍게 때우는 사람들도 많아진 듯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리더들이 혼밥을 하거나 점심을 거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나도 그렇지만 내 주변의 리더들은 혼밥을 꽤나 하는 것 같다.
100명 이하의 작은 회사, 평균 6~8명의 팀으로 구성된 조직에만 몸을 담았기에 내가 특이한 상황 일 수도 있다. 가끔 드라마에서 점심시간이면 팀장을 따라 팀원들이 우르르르 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를 사서 들어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 그게 평범한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팀장들이 팀원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팀장들이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여, 혼밥 하는 입장에서 정리를 한 번 해볼까 한다.
1. 팀장도 그냥 요즘 사람이다.
점심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밥을 빠르게 먹고 게임을 한판 하는 사람들이 있고, 잠을 자는 친구들도 있다. 점심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냥 그 성향의 사람 중 하나라서 그럴 수도 있다. 점심 먹고 들어와서 팀장을 살펴보자, 비슷한 게임을 하고 있거나,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99%다. 아마 점심 먹자고 하면 별 고민 없이 '예스 or 노'로 대답할 것이다.
2. 팀원과 함께 먹는 것이 좀 불편한 사람도 있다.
팀원들과 나이 차이가 조금 있을 경우 솔직히 함께 밥 먹기가 굉장히 불편하다. 밥 먹기만 불편한 게 아니라 숨쉬기도 불편하다.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대부분 두 가지가 공존하는 편이다.
첫 번째는 나를 어려워하는 공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함께 일한 시간이 긴 팀원들과는 덜한 편인데, 얼마 안 된 팀원들과 식사를 하러 가면.. 아주 이 친구들이 분주하다. 물 따르고, 휴지 말아서 숟가락 올리고, 그 후에는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얹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어쩔 줄 몰라하는 팀원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밥을 따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난다.
두 번째는 대화에 섞일 수 없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세대차이라고도 한다. 아주 미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차이가 안 날 수도 있다. 그런데 못 알아듣겠다. 대강 뭔지는 아는데 제대로 알지는 못 한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감상만 하게 되고, 말을 하면 물과 기름인 게 들통 날까 입을 닫는다.
밥 먹자고 말하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 '음.. 그럴까?'라고 말하면 여기에 속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 특징이 거절도 잘 못한다. 같이 밥 먹을 때 살펴보면 주도적으로 말 안 하고 추임새만 넣는다.
3. 금적적으로 부담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N빵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굉장히 극소수이기는 한데.. 용돈을 받아쓰거나, 생활비를 칼같이 계산해서 사는 팀장의 경우 금전적인 문제로 혼밥을 하기도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 돈이 없다기보다는 팀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 무조건 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팀장의 경우, 이런 이유로 혼밥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은 다 점심 먹고 각자 결제를 하기 때문에, 이런 강박은 많이 없는 것 같다.
4. 말이 그냥 하기 싫은 사람도 있다.
일일 말하기 총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팀장들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와 면담으로 업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말을 꽤나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럴 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꽤나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여기에 속한다.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평상시에는 조금 과묵한 성격이라, 말하는 것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타입니다. (이렇게 에너지를 쓰는데 살은 왜 안 빠지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날, 나에게 팀원들이 밥을 먹자고 하면.. 나는 '챙겨들 드세요 ^^' 이렇게 대답한다. 힘아리 없으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애써지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5. 우리도 다이어트라는 것을 한다.
사실.. 우리가 제일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유야 이보다도 훨씬 다양할 것이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는 밥을 함께 먹는다. 신입사원이 왔다던가, 생일이라던가. 중요한 건 혼밥은 개인의 편의를 위해 한다는 것. 본인이 편하자고 선택한 것이니 다들 서로 너무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주지 않으셔도 된다. 그러려니 해주면 된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도..
(헤헤.. 이 정도면 친구 없는 거 아무도 눈치 못 채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