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로젠 / 어크로스
어정쩡한 책 표지다.
나름 좋은 점도 많다. 아주 인상적인 소제목을 사용했고, 제목의 글씨가 서서히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습은 우리의 일과 여가를 보조하는 역할로 일상을 조금씩 파고 들어온 디지털이 어느 순간에 주인이 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또한 서서히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다른 색이 되어버리는 그라데이션으로 된 표지도 좋다. 하지만 빈 곳이 많게 느껴지고 부실해 보인다. 게으른 표지인 셈이다.
책 내용도 좀 그렇다. 비록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해도, 그가 주장하는 '인간다움'은 너무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저자는 경험과 정보를 구분하고, 사람의 오감으로 실제 느끼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것은 정보로 소비되어 버린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공부할 때 음악을 켜두곤 하던 나를 나무라시던 부모님과의 갈등을 생각하면, 새로운 새대에게 기성세대의 '인간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뭐,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만 너무 꼰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꽤 긴 인생을 살아본 기성세대는 이미 알지 않나. 인생 뭐 별거 없다는 거. 경험의 멸종을 개탄하며 우리처럼 살지 않는 새로운 세대를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심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