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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Oct 19. 2024

난쏘공 조연 신애 - “아저씨 우리도 사실 난장이예요.

소설 속 조연 탐구

 소설 속 조연 탐구

비현실적인 주인공 곁에는 현실성을 반영하는 조연들 이 있다. 모두가 주연에 집중할 때, 나는 색다른 시선으로 조연들을 바라본다. 영화든 소설이든 조연 캐릭터 터는 극을 이끌기도 극의 새로운 맛을 넣기도 하며 관 객을 긴장시킨다. 누군가는 기억도 못 할 그 조연, 나 는 조연에 집중한다.




아저씨 사실 우리도 난장이예요.
-신애-


1976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실렸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 청년들이 많은 공감을 한다는 것이 조세희 작가는 너무 마음 아픈 현실이라 말한다.


수신 :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 1839 김불이 귀하

제목 : 재개발 사업 구역 및 고지대 건물 철거 지시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 보았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난쏘공의 첫 문장, 이 간결한 짧은 문장은 담담함 속에 먹먹한 울림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다른 아닌 소설 속 조연 '신애' 때문이다.


조연 신애

< 칼날 >조세희 소설집


조연 신애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단편집  '칼날'에 등장합니다. 칼날이라, 사실 칼을 떠올렸을 때,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칼자국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정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김애란, 칼자국)

나에겐 '칼'은 김애란의 칼자국 속 어머니의 손에 쥐어진 칼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어머니의 손에 든 칼은 재료에 칼자국으로 베여 나는 그것을 삼킨다. 어머니의 사랑이 전달되는 매개체가 칼자국이었던 것이다. 나는 충격적인 이 비교에 너무 놀라 한동안 멍해졌다. 어머니가 칼자국에 남킨 그 사랑을 나는 먹고 자랐다.

항상 주방에는 엄마가 칼을 들고 서있고 칼은 위협의 물건이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조세희 단편의 칼날에서는 어떤가?

부엌에 세 개의 칼이 있다. 두 개는 식칼이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신애는 한 해에 한 번씩 칼 가는 사람을 불러 큰 칼을 갈게 했다. 칼 가는 사람은 칼을 알아본다. 몰아보는 사람도 있다.
-조세희, 칼날

신애는 칼갈이에게 칼을 갈러간다. 칼에 대한 묘사는 소설 칼날의 첫 문장이다. 한해에 한 번씩 칼을 가는 신애, 칼을 가는 목적은 무엇일까? 김애란의 칼날처럼 가족에게 따뜻한 음식의 재료를 썰기 위함 일 것이다. 신애는 마흔여섯의 어머니이고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칼을 간다.


소설 칼날에는 신애라는 여성의 변화를 다룬다. 처녀시절 신애에 대해 소설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예뻤고 총명했다. 생각도 할 줄 아는 소녀로 자랐다. 그녀가 현우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기의 가장 큰 소망은 좋은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도 이렇게 예쁘고 여린 소녀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 전통적인 여성의 삶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조금 더 강인해져 간다.

신애는 사나이가 난장이를 죽인다고 생각했다. 사나이는 이제 난장이의 옆구리를 걷어찼고, 난장이는 두 번 몸을 굴리더니 자벌레처럼 움츠러들었다. 신애는 난장이를 살려야 했고, 그래서 뛰었다. 한 걸음에 마루로 뛰어올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큰 칼과 생선칼을 집어 들었다.
-조세희, 칼날

신애는 남편에게 종종 '우리도 난장이예요.'라는 말을 했다. 남편은 그 말을 싫어했다.

그리고 난장이에게도 '아저씨 사실 우리도 난장이예요.'하며 난장이의 편임을, 같은 처지임을 표현할 줄 아는 여자이다. 그녀의 가장 큰 변화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던 그 칼이 사나이를 죽이려고, 난장이를 살리려고 쓰일 때다.

신애는 사나이를 죽일 생각이었다. 단숨에 다시 마루로 뛰어올라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죽어, 죽어, 하면서 생선칼로 사나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사나이를 외마디소리를 내며 난장이에게서 떨어졌다.
-조세희, 칼날

칼을 쥔 신애는 더이상 소녀가 아니다

처녀시절 작가를 꿈꾸던 꿈 많던 소녀는 어머니가 되고 같은 처지, 동정을 느낀 난장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다.


소설 속 칼은 사랑이었고, 누군가에겐 위협이었으며, 난장이에겐 목숨이었다.


조연, 신애라는 여성의 성장, 난장이, 그리고 칼,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칼에 대한 단상과 우리 시대의 난장이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너무 멋진 문학 앞에 제가 어떤 평가나 비평을 할 수 있을까요.

조세희 작가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고귀한 소설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 울었고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그대로인 현실을 바라보며 난장이와 신애를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이글을 쓰고 너무 힘들어 이제야 올립니다

정말 소중한 소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소설입니다


우리사회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소외된 자를 위로 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한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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