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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24. 2024

표현잡지 4. 압구정, 우정이라는  상처

표현하고 싶어?


이 시대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 버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표현잡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 표현잡지에 넣고 싶어.


나 한여름,

사실 진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이 결핍이 있을까?

상처가 있을까?

상처나 결핍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 같아.

난 사실 진짜 평범하고 평범한 애거든


아니면 말이야.

너무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상처 난 지도 아픈지도 모르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뛰어노는 어린아이처럼 살았는 지도 몰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 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은수-걸그룹 5년 차 연습생, 2001년생, 대학후배

구유미-5인조 걸그룹 Jin의 멤버

4. 압구정, 우정이라는  상처

9월의 압구정 골목길


구유미와 나는 오늘처럼  압구정에서 자주 만났다.


9월의 압구정의 하늘은 새파랗고 사람들은 우습다.

패션에 목숨거는 자들은 약속한듯 9월 1일자로 가을옷을 입는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내려 앉지 않은 초 가을, 패션러들은 트렌치 코트를 차려입는다.

니트를 어깨에 두르기도 하고 골덴을 입기도 한다.


어제까진 8월 31일 여름, 9월의 시작 첫날인 오늘부턴 가을 인 셈이다.

분명 어젠 나시에 크롭티 반바지를 입던 사람들이 9월 1일 자로 가을패션피플이 되었다.


압구정 골목길의 한 작은 카페에서 나는 구유미를 기다린다. 카페에는 조용한 음악이 들려온다.

구유미보다 30분 먼저 도착해서 이곳 상황들을 살펴보고 있다.


압구정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어딘가 어설픈 청춘들이 한껏 꾸미고 폼잡는게 조금 우습다.


구유미가 도착하며 손짓을 날린다.

'덥지?'

구유미가 애써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커피먹을래?'

'응 난 그냥 아이스티 먹을래.'


'얼굴..' 이마가 유독 부어오른 얼굴을 보며  내가 물었다.


'티나?'

'어제 필러 맞은지 얼마 안되서...'


 활짝 웃었고 자리 잡지 못한 필러로 부은 이마는 어색했다.

구유미는 엄청 예쁘지는 않지만 귀여운 얼굴에 작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


구유미는 끼도 꿈도 넘치는 아이였다.

이마에 필러 가득 넣고 머리 부터 발끝까지 디올을 입고 있지만, 풋풋했던 소녀 구유미의 미소는 여전했다.


'어디서 났어?'

'디올?'

'엄마가 사줬어.'

'엄마가??'

'응. 엄마가'

1년 전부터 구유미는 엄마가 명품을 사줬다며 SNS로 자랑을 늘 올렸다. 엄마가 명품을 갑자기 사준단 말이 조금 우스웠지만 모른척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아이돌을 꿈꾸던 풋풋한 소녀는 이제 없다. 구유미는 그저 스타를 꿈꾸었지만, 이젠 아닌 현실과 타협한 어른이 되었다.


'나도 그만큼 변했겠지.'


압구정 카페의 음악들은 흐르고 우리들의 우정도 흘러간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작은 원룸에서 자취하며 예고를 다니던 구유미는 이제 없다.

아니,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이돌을 꿈꾸며 연습하느라 바쁘던 그 아이는 이제 없다.


갑자기, 명품을 두르고 필러를 얼굴에 잔뜩 집어 넣고

새벽 2시 마다 친구에게 셀카를 보내는 여자가 되었다


'미안해.' 구유미는 진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아이스티를 벌컥 마시며 카페를 둘러보다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다시 이것 저것 물건들을 만진다.


구유미는  ADHD와 극심한 우울 성향이 있는 아이다. 언젠가 자해가 너무 심해 구유미는 스스로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나 우울증 심해서 그래서 너한테 새벽에 전화하고 셀카보내서 미안해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구유미는 신경과 약이 없으면 일상이 불가능한 아이다.


'넌 괜찮아?'

아.

난 뭐 경미하지뭐.

난 경미한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서부간선지하차도에서 차가 막혀 갖힌 적이 있는데 그때, 지하 차도에서 운전대를 잡고 공황을 살짝 겪은 경험이 있다.


'난 약먹은 적은 없어.'

'대신 지하차도에서 운전은 못해.'

‘멀어도 멀리 돌아서가.' 나는 그날 지하차도에서 제발 하늘만 보고 죽게 해달라고 신께 빌었다.


필러가 구유미의 미소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거 자리좀 잡혀야겠다.'

'응 맞아. 나도 웃을때 불편해.'


근데 나 가슴도 필러 맞았다.

'가슴필러는 좀 위험해.'

‘차라리 실리콘하지.' 나의 물음에 구유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간편하고 금방 자리 잡는단 말야.


만나면 그저 깔깔 웃던 소녀시절이 아닌 각자의 인생의 전선에 서있는 우리 사이엔 어떤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일까.

구유미의 시선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약을 먹고 있다 해도 예전의 구유미는 이제 없다.


나비 문신이 그려진 구유미의 왼쪽 손목의 뽀로로 밴드 사이에 시뻘건 붉은 칼자국이 그어져있다.


손 안아파?

'손목?'

구유미는 이거..하며 한 손을 니트를 당겨 감추며 말한다.


'죽는거 쉽지 않더라.'


내가 좋아하던 친구 구유미는 지금 없다.


나비 문신 손목에 핏자국, 그리고 필러로 한껏 부푼 이마, 어딘가 풀린 눈동자

안어울리는 크리스찬디올을 세트로 입은 구유미


무언가 언밸런스했다. 우리 사이처럼


압구정의 늘 변하는 상점들처럼  친구도 변해갔다.


구유미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심한 가정폭력을 피해 혼자 서울에 자취를 하며 예고를 다녔다.


우리가 다닌 예고는 아이돌 스타가 많았고  그중 한명은 성형이 잘되어 지금 대스타 배우이자 가수가 되었다.


그리고 한명은 가수 생활을 하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아이는 제일 예뻤지만 쉽게 상처받는 아이였고 사람들의 칼날같은 악플과 괴롭힘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시절 구유미는

가수가 될 거라며 이곳 저곳 오디션을 보러다녔고 나는 그림만 그렸다.


우린 매일 같이 구유미 자취방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함께 시간들을 보냈다.'


'혜미 기억나?' 요즘 열애설 났던데...

'응' '혜미는 진짜 성형 성공했다.' 그얼굴로.

그래도 혜미는 연기를 잘하잖아.


우리는 한때의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때,


정말 한때, 아주 옛날이지.


우린 변했고


그때의 시간은 이제 없다.






때론, 세상이 우릴 속인다. 거짓말 보다 더 거짓말 같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춘들은 현실의 유리벽에 마주한다.


표현잡지는 작가가 겪은 실화를 모티브로 합니다

상호명이나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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