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논란
레깅스가 뭐 어때서
레깅스 입고 소개팅 하는 여자가 있다.
바로 나 한서율이다.
플라잉 요가와 필라테스를 한창 배울 때 각종 색깔의 레깅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운동복이지만 예쁜 모습으로 운동하고 싶어서 운동복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운동할 때마다 레깅스를 입다 보니 어느새 레깅스가 평상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강을 걷거나 마트에 가거나 간단히 서점을 들리거나 할 때 종종 레깅스를 입었다.
소개팅 당일 그분이 집 근처로 오신다고 하였다. 그래서 집 바로 앞인데 너무 꾸며도 이상하고 너무 안 꾸며도 이상해서 레깅스패션으로 나갔다. 나는 집 앞 커피숍에 먼저 도착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일요일 오전 10시의 동네 커피숍은 한적하고 나 혼자였다.
"안녕하세요."
"네."
..................
언제나 그렇듯 규격화된 무미건조한 대화들을 나눈다.
"취미는?"
.................
누군가 그랬다. 취미는 불편한 사이에서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
웃기지 않는데 애써 웃거나 불편함의 적막이 흐른다.
.
.
(그냥 책 읽고 싶다....)
.
.
그렇게 의미 없는 대화들을 나누고,
내가 일어서는 순간, 남자분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편하게 입으셨네요?
아..........
순간 너무 웃음이 나와 둘 다 웃어버렸다.
웃고 나니 조금은 어색함이 풀어졌다.
웃기려고 입은 건 아닌데...............
편안한 옷이 분위기를 풀어준 듯하다.
(근데 왜 웃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밥 먹으러 갈래요?" 남자분이 밥을 먹자고 했다.
"그러죠.."
"이 동네 맛집 알아요?"
나 : "비빔밥 좋아해요?" 비빔밥 잘하는 집 있어요.
나 : "청국장도 좋아해요?"............
"예?"
(나는 진심으로 먹고 싶은 걸 말했다.)
...............
그렇게 그와 나는 친구(연인 X)되었다.
레깅스 논란이 종종 등장한다. 레깅스를 바지로 볼 것 인지 홈웨어로 볼 것인지 논란의 여론이 뜨겁다.
레깅스 패션이 편하다 보니 종종 테니스 칠 때도 자주 입었다. 레깅스를 입으면 몸이 너무 가볍고 걸리는 것도 없어 한결 테니스 치기가 편안했다. 어느 날 테니스 코치가 자세를 봐주는데 레깅스를 입은 날은 더 많은 터치를 하고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테니스 치는 날은 레깅스를 입고 가지 않았다.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시선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내가 입는 건 자유인데 쳐다보는 시선에 대해선 불쾌감을 갖는 나도 이중적임을 고백한다. 입는 건 자유고 쳐다보는건 자유가 아닌 건가?
소개팅에는 입고 갈지언정 내가 레깅스를 안 입는 곳이 있다. 바로 ‘직장’이다. 단 한 번도 레깅스를 입고 직장을 간 적은 없다. 평소에 일상생활은 레깅스를 자주 입어도 입지 말아야 할 곳은 정확히 생각한다.
직장이라는 곳은 '나'가 아닌 직장인 ooo이라 생각한다.
옷은 장소에 맞게 입어야 아름답다. 옷은 신분을 내비치기도 하고 상황이나 그 사람을 대변하기도 한다. 어쩌면 옷만 갖춰 입어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갖춰 입는 것이 쉽고 유리하다 생각한다.
필자는 레깅스를 즐겨 입으며 레깅스 패션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 입을 것을 권한다.
TPO 1. 시간 2. 장소 3. 상황에 맞게
TPO도 시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50년 전엔 미니스커트가 풍기문란의 이유로 처벌의 대상이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