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형외과 신한솔 Feb 08. 2022

당신의 병이 낫지 않는 이유

#1.

  "OO엄마, 내가 어깨가 아파서 병원을 몇 번씩 다니는데 차도가 없어"


#2.

  "ㅁㅁ엄마, 마침 잘 됐다. 우리 애가 발목의 인대가 안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치료를 받고 6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아파해, 한번 봐줄 수 있어?"


  이런 상황은 경험 상 셋 중 하나다. 

1) 진단이 잘 못 되었거나

2) 치료가 잘 못 되었거나

3) 원래 낫는데 오래 걸리는 병, 혹은 잘 안 낫는 병이거나


  저런 상황은 사실 항상 3번 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1번과 2번이 더 많다. 안타깝게도. 



  3번의 상황은 정상적인 병의 진행 과정임으로 1번과 2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번과 2번의 상황이 오는 원인은 기본적인 원인은 의사의 무지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의사의 무지 자체는 비난할 수 없다고 본다. 화가라고 해서 모든 그림을 다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하다 못해 가수도 본인이 잘 부르는 노래 장르가 있다. 가수라면서 랩도 못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거고 한식 요리 전문가한테 요리사니까 스파게티도 만들어 내라고 시킬 순 없는 거다. 내가 잘 보고 잘 아는 병이 있고, 내가 잘 모르는 병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본인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전제하에서는 무지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모르는 병이면, 다른 병원에 의뢰를 하거나 모른다고 환자한테 솔직히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프로세스가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는 유지가 안되기 때문이다.


  1번의 대부분의 원인은 전문 진료과를 찾아가지 못해서 나타나는 일이다. 일례로 통증의학과 병원에 머리가 아픈 두통 환자가 두통도 통증이라고 생각하여 내원한다. (비외상성 두통은 신경과가 주된 진료 과이다. 하지만 개원한 신경과 병원은 극히 드물다.) 이 경우 의사는 이 두통에 대해서 무지할 수 있다. (학생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신 선생님인 경우는 예외!) 이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하에서 병원이 유지되려면 의사가 아무리 무지하여도 환자가 병원을 그냥 나가면 안 된다. 이런 경우 당신의 병은 낫지 않게 된다. 


  2번의 원인은 두 가지이다. 의사가 공부가 부족하여 치료 법을 잘 모르거나 (최신 치료법이 update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이 되지 않을 시), 의도적으로 치료를 지연하는 경우다. 환자가 한 번만에 병이 나으면 병원을 한 번만 오고 더 이상 가지 않게 된다. 수익 구조가 창출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료를 잘하는 병원은 환자가 적고,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오진을 하여 이상한 치료를 하는 병원은 환자가 낫지를 않으니 돈도 많이 벌고 병원이 잘된다. 

 

  1번의 경우는 오십견이었던 경우다. 오십견은 다른 말로 동결건이라고 하면 관절낭의 염증으로 관절의 가동 범위가 좁아지는 병이다. 나는 주로 환자들에게 스판 같았던 관절낭이 딱딱한 청바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리 찢기가 안 되는 사람도 계속 연습하면 되듯이, 계속 운동으로 해서 관절낭을 늘리는 게 치료의 핵심이라고 설명드린다. 즉 운동 치료가 핵심인 병이다. (보조 요법으로 당연히 주사치료를 할 수 있다.) 1번의 어머님은 단 한 번도 운동치료(도수치료 등)를 받지 못했었다. (주사만 4번을 맞았다고 하셨다.) 사족을 붙이자면 원래 오십견은 잘 안 낫는 병이기도 하다. 


  2번의 경우는 아이의 발 통증의 원인은 평발이었던 경우다. 6개월 전에 정말로 인대가 다쳤는지 여부는 내가 진료하던 시점에서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현재의 발 통증은 평발에 의한 것이었음에도 인대가 다친 게 아직 덜 나아서 그렇다면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께서 환자와의 인연도 인생의 소중한 인연이라 하셨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의 인연으로 1번과 2번의 경우를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린다. 



  덧: 공부를 하는 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미없고 지루하다. 그래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찾아올 당신을 위해서 일단은 책을 편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학생 경시, 꼭 해야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