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은, 작은 아이를 두신 부모님께
나는 천성이 오지라퍼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좀 더 광역 오지랖을 피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사람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은데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결국엔 건강, 의료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사실 비전문가의 시선에서는 궁금한 부분의 갭은 개인적으로는 즐기는 주제이다. (오 이런 걸 이렇게도 생각하시는구나 하는 새로움이랄까.)
ㅁㅁ 병원/센터가 그렇게 용하다는데 OO이 엄마 알아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궁금해서 또 찾아봐 주는 게 인지 상정. 몇 번의 검색을 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들이 있다.
: 사실 개인적으로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엄청나게 좋은 나라이다. 인구당 적정 의사수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적으로 빠질 수 있으니 제외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병상수, 병원 수, 당일 진료 가능 여부, 전문의 접근성은 월등하다. 수도권 및 시 기준, 병원이 정말 발에 차이게 많은 대한민국에서 병원을 안 가고 병원같이 꾸며 놓은 센터를 방문하면, 보험 혜택이 안되어서 한번 손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아서 두 번 손해가 난다.
특히, 아이들에 있어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 진다. 커가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아이들의 특성을 '병'이라 단정 짓고 치료를 강요하고, 아이의 성장으로 인한 호전을 본인들의 치료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모로서는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아이의 특성이 병에 의한 것인지, 단순 발달 과정인지가 알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이 아이를 한둘밖에 낳지 않고 핵가족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내 아이의 발달이 적절한 지에 대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다른 이야기 하나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병원별 암 생존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병원 1-2기 암 환자만 보고, 어떤 병원 4기 암 환자를 주로 본다고 하면 당연히 후자인 병원이 생존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병이 아닌 것을 병이라 하고 치료하면 당연히 치료 효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장 흔하게 보는 케이스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다. 그냥 단순히 말이 늦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 아이들은 언어 지연입니다 하고 치료를 하면 당연히 이 센터의 치료 성공률은 100%다. 일례로 우리 두 아이들은 정말 극과 극의 성향을 보였는데, 큰아이는 돌부터 단어를 말했고, 두 돌이 되기 전에 문장으로 본인의 의사 표현을 다 하였다. 반대로 우리 둘째는 두 돌 까지도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하지 못하여 내 애를 태웠다. 센터에 가는 어머님들의 심리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센터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시점에 병원을 일단 먼저 가시면 된다. 두 돌까지 단어를 뱉지 못하는 건 정상이다. 이보다 말이 늦어지는 경우도 정상이 경우가 훨씬 많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막상 내 애가 두 돌에도 '물' 소리조차 못하니 불안과 짜증과 화가 밀려오는 나 자신을 보며, 역시 본인이 아파봐야 좋은 의시가 된다고 내 애를 키워 봐야 소아를 잘 보는 의사가 되는구나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
또 다른 케이스는 성장과 체형이다. 정말로 군대 가서도 키가 크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언어 발달보다도 더 속상하다. 언어 치료하는 센터는 정상인 친구들한테 의미가 없을 뿐이지 말이 늦는 친구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된다. 그냥 자기 클 키가 크는 건데 이걸 성장판 자극 운동을 해서 키가 큰 거라고 광고하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올 뿐이다. (그런 센터에서 논문에도 나온 치료 법이라고 했어요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자세히 드리겠지만 논문은 항상 진실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실험해봤다는 보고라고 이해하시는 게 편하다.) 예상키를 구하는 공식은 다양하다. 이 다양한 공식 중에서 제일 키가 작게 나오는 공식을 활용해서 예상키를 알려주고 예상키보다 더 컸다고 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다. 성조숙증 등이 같이 있어, 조기에 정말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인데 병원에 아닌 센터에서 운동으로 붙잡고 있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병원에 오는 친구들을 보면 화만 날뿐이다. 골반이 틀어졌다고 센터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았는데 양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났던 친구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치료를 받으면 간단한데 항상 병원에는 그 타이밍을 놓쳐서 온다.
센터를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정말로 좋은 분들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치료해 주는 곳도 많다. 우선 병원에 가서 아이의 상태를 한 번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고 센터를 다녀도 늦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오늘도 오지랖을 떨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