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대부분의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절대 듣고 싶지 않지만 기어코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타인에게 듣지 않으면 나 스스로 하게 되는, 아주 치명적인 질문이에요.
“내가 틀렸다면?”
내가 하려는 이 행동이, 지금 들어서려는 이 길이 틀린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큰소리 땅땅 치며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나를 말렸던 그들의 말처럼 되면 어쩌지 걱정해요. 그래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틀리기’ 싫거든요. 내내 틀릴까 봐 조마조마하는 것도 싫고, 언젠가 후회하며 뒤돌아볼까 봐 걱정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그 이후 사방에서 날아올 비난 또한 피하고 싶고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 마음 알아요. 하지만 결과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일단, 도전하지 않습니다. ‘도전’은 늘 ‘안 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요. 하던 것만 합니다. 하던 대로 하고 걷던 길만 걸어요.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의문이 생겨도 질문하지 않아요. 늘 제자리입니다. 도전이 없으니 변화도 없어요.
그러고 보니 장점도 하나 있네요. ‘실패’가 없습니다. 틀리지도 않고요. 잘 되지 않았을 때 밀려올 타인과 나 자신의 비난도 걱정할 일 없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틀리다. 무언가 어긋났다는 말입니다. 하려던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틀리다’의 반대말 ‘맞다’는 뭘까요? 우리는 무엇을 보고 ‘맞다’고 할까요? 틀리지 않으면 무조건 ‘맞는’ 걸까요?
사람들은 종종 ‘맞는’ 길을 제시합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얘기하곤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묻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하지 않거나, 하지 않는 걸 하면 틀린 건가요?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다르면 틀린 거예요?
어떤 대학에 비해 다른 대학은 틀린 건가요?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틀릴까요? 돈을 적을 버는 건 틀리고 많이 버는 건 맞는 건가요? 어떤 직업은 맞고 어떤 직업은 틀린가요? 어른들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것은 맞는 행동이고 뜻을 거스르면 틀린 거예요? 하던 대로 하는 것은 괜찮고 의심을 갖고 질문하는 건 안 좋은 행동인가요?
지금까지 우리가 따르고 있는 기준들은 모두 맞다고 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틀렸다는 말을 참 잘합니다. 고정관념이나 고집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결혼식이나 상갓집에 가기 위한 옷차림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다른 나라의 낯선 관습을 보고 깊은 사유 없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가치관은 무조건 반대해요.
이 모든 행동의 기준은 나 자신입니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곧잘 ‘틀린’ 것이 됩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이유일 때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까지 자신있게 “틀렸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나는 늘 궁금합니다.
사실 우리는 겁이 정말 많습니다. 어디에서든 무리에 속해야만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친구, 직장, 동호회, 지역, 국가 등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속하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뭉치면 큰일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내가 더 열심히 잘하는 건 도맡아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살아갑니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비교적 안전합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무리에 속해 있기를 원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내가 속한 무리만 옳다고 여길 때 나타납니다. 논리도 근거도 없이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무리를 절대 선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 무리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고 말하는 거지요. 주로 그 안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테니 그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또 많이 들릴 거예요. 그 사람들이 절대다수로 보입니다. 그것이 대세로 보여요.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그것을 믿든 안 믿든 말이죠.
틀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틀릴 수 있는 문제일까?’ 의문이 든다면, 그것은 다수결 또는 익숙한 것에 기댄 의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야말로 틀렸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견을 주장하는 방식이, 그 논리가 틀렸습니다.
막무가내인 그들의 논리는 비슷합니다. 원래부터 그랬다는 거예요. 그래서 잘못된 겁니다. ‘원래’는 언제부터를 이야기하는 걸까요? 십 년 전 혹은 백 년 전인가요? 설사 그것이 ‘세상의 처음’을 뜻한다고 할지라도 ‘왜 처음에 했던 그대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아닐까요? 솔직하게 “나는 익숙한 게 좋아.”라고 하는 게 훨씬 납득하기 쉽습니다. 다수결이 옳다고 주장해도 마찬가지예요.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반드시 옳은가요?
그들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착각이 있습니다. 나의 의견을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에 대한 부정이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사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죠.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세상은 적대시해야 할 것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세상에 맞고 틀림,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수의 눈빛에 주눅이 들 수는 있지만, 그래서 가끔은 나 자신을 숨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의 소신을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좋은 능력이거든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거잖아요. 여러분이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질문하고 또 질문하세요.
맞아요, 때론 정말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틀리면 안 되나요? 그런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습니다. 틀렸을 땐 바로잡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