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번외편
첫인상을 파악하는 데 1초 걸린다고 한다.
모임도 마찬가지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그냥 알 수 있다.
얼마나 정성을 담아 준비된 자리인지.
모임의 양상에 따라 진행 방식도 다양할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구성되는 만남인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 등.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행의 본질은,
참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현장들이 주최 측이나 진행자 중심으로 굴러간다.
좋은 흐름, 재미있는 도구, 짜임새 있는 순서, ...
이 모든 게 중요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편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규모가 작으면 쉬울 것 같다? 천만의 말씀.
인원이 적을수록 참여자 한명 한명이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로 뭉뚱그려보는 게 아니라,
참여자마다 어떨지 상상의 밀도가 높을수록
모임 준비 또한 철저해진다.
* * *
나는 특히 소규모 오프라인 고밀도 모임에 특화된 진행자다.
(물론 규모가 크거나 밀도가 낮은 모임도 잘해요.. 헿)
나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1) 나는 참여자들을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본다.
그래서 참여자에 대한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참여자들을 파악할 때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모은다.
사전설문을 활용하거나,
주최측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받거나.
(2) 정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에 대한 대략의 지형이 그려지면,
중간값이 아니라
내향적·소극적 참여자의 페르소나에 빙의한다.
말을 꺼내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도 괜찮은,
눈치보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행동 반경이 자연스럽게 잡힐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이 맥락은 유니버설 디자인 철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접근가능하도록 설계하면, 결국 모두가 편해진다.
내가 이름표나 의자 간격, 포스트잇 등에 집착하는
구체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의 핵심은
참여자가 편안하게 머무르면서
대화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살짝 어필하자면,
나는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부분과
상상한 페르소나를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에 탁월함을 갖고 있다.
'수줍은 사람이 이렇게 시선이 많이 모이는 위치에 앉으면 힘들겠지?'
'동선을 이렇게 짜면 내성적인 사람은 대화 중에 움직이는 걸 꺼리겠지?'
.....
연극 경험 + 나의 예민함이 작동하는 부분도 있고,
이것에 대한 강의나 워크숍도 종종 진행한다.
* * *
한 번은 그런 질문을 받았다.
왜 그렇게까지 신경쓰면서 설계하냐고, 안 피곤하냐고.
첫째, 나에게는 이렇게 설계하는 것이 피곤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덕분에 배려 잘하는 진행자란 얘기도 많이 듣고.
둘째, 내가 다른 모임에 참여자로 갔을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나 또한 나를 잘 안 드러내는 편이다.
내가 참여자더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머물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하게 된다.
셋째, 참여자들은 다 안다(!)
신경을 많이 쓴 설계와 덜 쓴 설계는 피드백이 다르다.
(오해 방지 TMI - 신경을 덜 쓰는 설계는 일부러 그러는 게 절대 아니고,
준비시간이나 모임공간 등 조건이 타이트할 때 부득이하게 간혹 있답니다..)
결국 좋은 설계란,
진행자의 부지런한 상상이
참여자의 안전과 즐거움을 만든다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오늘도 졸고를 쓴다.
#진행자의집착 #아이스멜팅 #아이스브레이킹 #참여자중심설계 #MC서유
진행에 대한 설계 팁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
1) <나는 왜 이름표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1 : 이름표
2) <나는 왜 의자 간격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2 : 공간
3) <나는 왜 브금BGM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3 : 배경음악
4) <나는 왜 포스트잇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4 : 메모
5) <나는 왜 사전 설문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5 : 사전 설문
6) <진행의 본질 : 참여자 중심 설계>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번외편 (현재 글)
궁금한 점이 있거나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dynamicmaker.seoyou@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