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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선 Oct 16. 2023

아주 흔한 연애+이별 특징

관계 알고리즘 2: 불안과 회피가 서로 끌리는 이유

관계 알고리즘 1: 불안애착과 회피애착 둘 다 돼보고 느낀 점


0.

우리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에 끌린다.

그 익숙한 것이 아무리 아픈 기억일지라도 - 그것에서 사랑을 찾아야만 했던 우리는, 성인이 돼도 내게 익숙한 아픔을 줄 사람을 귀신같이 골라낸다. 결핍을 중점으로 돌아가는 무의식의 사고는 과거를 다시 쓰길 원한다. 과거와 같은 맥락 안에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면 - 부모님과 비슷한 상대가 이번에야말로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준다면 비로소 나의 결핍은 채워지고 나는 온전해질 거야.

난 사랑받지 못한단 상처가, 결코 사실이 아니란 걸 과거와 같은 상황에서 나 자신에게 증명해내야 해.


이번엔 다를 거야.



1.

문제는 불안.회피, 둘 다 왜곡된 눈으로 사랑을 바라본다.

회피애착유형은 겉으론 자신감 높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또 다른 실망을 감당할 자신이 바닥 친 상태이고, 불안애착유형 역시 버림받는 두려움에 지배당하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예민한 과각성의 상태이다.  


방어심에 아무 기대 없이 마음에 엉키는 부분을 제대로 집지 않고 유야무야 지나가는 게 회피형이라면, 불안형은 관계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사랑으로 바꾸려는 집착에 가깝다.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힌 틀이 너무 뚜렷하다.

주위 사람들의 감정까지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아야 했던 불안형에겐 적당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이 아는 사랑은 네 감정이 내 책임이고 내 감정이 네 책임인 그런 상호의존적인 관계일 확률이 높고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불안형에게 회피형의 거리감은 그 무엇보다 큰 초조함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라도 날 떠날 것 같은 너무 익숙한 불안. 그래서 불안형은 예민하고,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혼자 다다른 결론은 거의 언제나 극단적으로 부정적이다 - 네가 떠날 것에 난 언제나 준비가 돼있어야 하기에.


이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대방인 회피형을 향한 원망이 되어 꽂힌다. 대부분은 이런 불만들을 대놓고 표현하거나 직접적으로 말이나 행동을 안 하더라도 회피형은 느낄 수 있다. 내 연인의 불만, 원망, 서운함 - 이 모든 게 천천히 한 발자국씩 마음을 열던 회피형에겐 부담으로, 그리고 상처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시 자신만의 동굴로 뒷발자국 친다.



2.

상대방의 회피적인 성향, 무관심함, 감정적인 거리는 불안형의 불안은 점점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더 조급히 관계를 깊게 못 박으려 한다. 안절부절못한 마음에 너무 빨리 심적유대감을 쌓으려다 결국 회피형의 바운더리를 성큼 넘어버리게 된다.


이미 "연인"이라는 관계를 성립하는 거 자체로도 많은 회피형에겐 큰 도약일 테지만 불안형에겐 이제 시작이다. ‘연인’이라는 입장정리가 되는 순간, 불안형이 억지로 억눌러온 기대는 이제 정당하게 상대방에게 바랄 수 있는 것들이 되니까.

“자, 이제 네가 나의 모든 걸 책임져줘, 지금까지 내가 모두에게 해왔듯이. 그게 나에겐 사랑이야. 너의 하루가 온통 나뿐이고, 다른 관계보단 나만을 원했으면 좋겠어. 나보다 친구들이랑 놀겠다고? 일이 중요하다고? 넌 날 사랑하지 않나 보다.”

하지만 불안형이 모르는 건, 자신이 바라는 건 의존이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 의존).

개인이란 경계선을 흐리는 불안형의 요구들은, 자신만의 벽을 갑옷 삼아 숨어쉬는 회피형들의 유일한 안식처를 위협한다. 너무 빠르다. 방어해야 한다. 불안형이 상대가 떠날까 불안한 만큼, 회피형도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내준 자신의 마음이 짓밟힐까 봐 불안하니까. 그러다 회피형은 결국 관계를 피하고 도망친다. 그게 바람이던, 감정적인 거리감이던, 잠수던, 무슨방법이던 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형은 바로 관계를 놓지 못할 것이다. 마음을 닫은 회피형을 "바꿔"냄으로써 - 부모님에겐 받아내지 못한 사랑을 받아냄으로써 -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싶은 불안형은 쉽게 포기가 안된다. 이 관계의 끝은 곧 또 다른 실패 - 이번에도 난 결국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이니까.

자신의 탓도 해보고, 내 감정을 억눌러보고, 상대에게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 보고. 하지만 양측 모두 각자 자신의 본질적인 아픔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결국 같은 패턴은 반복한다. 불안형이 건강하게 자신의 니즈를 소통한다 쳐도, 회피형 애인의 방어벽이 너무 높으면, 소용없을 수 있다.


불안형의 자존감은 끝없이 폭락하고, 결국 헤어짐을 고한다.

회피형은 “역시 사랑 같은 건 없어"하며 불신은 한 겹 더 두껍게 굳어간다.


둘 다 고유의 상처가 더 커진 상태로 관계는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 둘은 각자 다음 연인 역시 비슷한 사람을 만나거나, 특정 유형에 학을 떼고 정반대에 사람만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는 돌고 돌아 결국 또 다른 불안정유형을 찾곤 한다. 회피건, 불안형이건, 혼란형이건, 결국 모두 같은 아픔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까.


불안정 애착유형들과 안정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깊은 관계를 쌓기 힘들다. 안정적인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높은 자존감과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널 고쳐줄게"하는 마음도 없고, 내가 지속적으로 받는 상처를 감안하면서까지 타인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사랑하는 마음에 넘어갈지라도, 불안정 애착유형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관계의 끝을 결단 내릴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타인을 사랑하는 건 결코 사랑이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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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담이지만 보통 불안애착형중 여성비율이 높은 건 "여자는 감정적이고 타인을 케어하는 존재"라는 사회적인 역할인 거 같다. 반면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우는 등 감정표현을 내비치면 “사내자식이 약해빠졌다”라면서 억눌려온 잘못된 사회적인 편견과 성역할 때문에 회피형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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