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내 탓이 돼버린 불안형 애착유형의 진실
불안과 회피성향 둘 다 띄는 혼란형 애착유형에서 불안성향을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내는 난, 불안애착형으로 사는 게 얼마나 숨 막히는 존재의 방식인지 아주 잘 안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려버리는 무게는 무겁다 못해 짓밟는다.
모든 불안정애착 유형에겐 결국 "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그 자국이 어디서 몇 번이나 찍혔는지 안 순간, 막연하게 "난 절대 사랑받지 못하는 운명"이란 저주의 악력을 풀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린, 고통스러워도, 결핍의 중심지인 어린 시절에서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야 한다.
불안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 중, 사랑이 아닌 사회나 다른 관계에선 똑 부러지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야무지고 멋진 사람들이, 왜 사랑만 하면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의 감정을 돌봐야 했을 확률이 높다.
부모의 감정이 흘러넘쳐 아이에게로 스며들었다. 그들의 불안과 우울, 분노와 삶의 회의감을 그들의 자녀들은 아주 생생히 느꼈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살피다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다. 아 - 대부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나의 감정은 언제나 뒷전이며, 내 부모의 불행은 내 탓으로 돌려진다.
우울증이 있는 엄마를 가진 아이는 엄마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하루가 결정되었을 것이다. 엄마의 상태가 특히 더 안 좋으면 내 엄마를 지키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양육자를 살피며 내가 필요한 사랑은 누락되고 나의 가치 또한 하락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생존"을 위해 나를 중심으로 세상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야 하기에,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이는 언제나 애착을 선택한다. 언제나. 그래서 부모의 불안정함을 안고 간다. 나의 노력과 존재에도 나아지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 나로는 부족하구나. 내 존재만으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 부모조차 행복해하지 않는구나".
고로,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연애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상대방의 기분이, 관계의 성패가, 모두 나에게로 화살이 돌려진다. 상대의 애정이 곧 자기 자신의 가치를 말한다. 내가 아픈 거는 언제나 그랬듯 중요하지 않아. 네가 행복하고, 나를 유용하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날 버리지 못한다면, 그걸로 난 안심해. 그걸로 난 만족해.
불안애착형은 "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게 나의 탓이 돼버렸다.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는 outside-in orientation을 (외부적 환경에 따라 내적 안정을 취하는 패턴. 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생존전략") 야기한 이 성장통은, 각자의 감정과 행동은 온전히 본인의 책임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바운더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래서 불안형에게 사랑은 곧 의존이다.
건강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두려움과 결핍의 트리거일 뿐.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단 걸 믿지 못하기에 상대에게 자꾸 확인하고 상기시켜야 할 거 같다. 네 삶에 내가 어떠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왜 나를 버리면 안 되는지.
반대로 나의 감정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심리적으로 거리가 느껴진 부모와 유대감을 느끼려면 아이가 다가가야 했을 경우가 크다.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기분을 맞추려고 눈치를 살피고, 나를 잊어가며 이 아이는 불안애착유형이 주로 발현된다. 이 아이는 커서도 자신의 부모처럼 감정적인 안정감, 안전함을 주지 않는 회피형 애인을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주 재밌게도 모든 불안정애착유형들이 안정애착유형으로 가는 경로는 사실 서로 딱 붙은 평행길이다. 아주 반대 같아 보이는 회피와 불안형, 결국 거울에 비친 같은 상처의 양면성이다. 하지만 그 길을 논하기 전에, 불안애착의 패턴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얘기하고 싶다:
당신은 정말 멋진 "보호자"이고 동반자이다.
남을 위해 사랑을 주려 노력하는 건, 남들이 그걸 소중히 여겼던 말았건과는 별개로, 훌륭하고 대단한 것이다. 우린 그저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타인을 사랑했던 게 문제였을 뿐.
불안애착형으로써 연애에서 언제나 "을", 더 사랑해서 더 약한 자라고 자발적으로 단정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유형은 정면돌파를 선택한 용기 있는 유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든 관계는 결국 동등하단걸 인정하고, 나는 사랑을 주기만 하고 결국 버려진다는 거지 같은 내러티브는 이제 던져치워 버리자. (사실 회피형보다 불안형이 더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며, 뱀파이어 같은 에너지를 내뿜을 때가 많다고도 느끼지만 이건 다음에 다루겠다)
불안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버려지는 "약한" 존재로 자주 왜곡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보호자를 되려 지키며 너무나 많은 짐을 짊어져온, 그걸 다 겪고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난, 책임감이 강하고 우직한 사람이란 걸 적어도 나는 알아줘야 한다.
더 사랑하는 나를 수치스러워했다면, 부디, 이젠 그 마음을 놓아주어라. 나도 그래야 하니 함께 우리의 깊고 예쁜 마음을 자꾸 구석으로 몰아 차는걸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