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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19. 2023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

오렌지 나뭇가지를 아시나요?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No~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은 촘촘히 이어진 관계망 속에서 나와 맞는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가며 살아간다. 흔히 '결이 다르다'라고 하는 것은 취향이 다르거나 성격이 맞지 않거나 혹은 성향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을 일컫는데, 결은 어느 정도 맞아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무례한 사람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한 끗 차이

 

솔직함은 관계의 문제 속에서 빛나는 해결 방법임에 틀림없다.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면 얽힌 문제들도 술술 풀어내는 마법 같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 솔직한 성격의 이성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눈길을 끌기도 한다. 솔직한 언어를 통한 자기표현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솔직한 성격이라는 핑계로 범하는 무례한 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왕왕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솔직한 성격을 앞세워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식의 말은 어쩌면 폭력과도 다름없다. 무례함과 솔직함은 한 끗 차이이다. 본인은 솔직했지만, 심지어 상대방을 위한 말이라며 내뱉은 말이라지만, 상대방이 느끼기에 불쾌했다면 그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다.


'無례함'엔 '無무대응'이 최선


무례함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무례한 말에 반박하는 언어로 방어하는 것. 두 번째는 '無대응'하는 것이다.  


 번째는 썩 좋은 방식은 아니다. 반박하는 언어로 방어를 하는 경우, 부지불식간에 상대방 말이 정당하지 않다 식의 이유와 핑곗거리를 대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무례한 말이 사실이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저리 말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행동이 애초에 잘 못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를 머릿속에서 열심히 찾는데 에너지를 쓰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불 킥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무례한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맞긴 한 것이라고 스스로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과도 같다. 사실 상대방 말이 어느 정도 맞지만, 나의 상황이 이러이러하다 이해해라 식의 말을 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건 결코 옳지 않다. 욱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번째 '無대응'은 그야말로 침묵하는 것이다. 침묵은 의외로 효과가 좋다. 대꾸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상대방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더욱 효과가 좋다. 이때 침묵함으로써 생기는 어색한 기류의 책임은 온전히 무례한 언어를 발설한 당사자에게로 흐르게 마련이다. 무례함으로 상대방을 낮추고 비난하려고 하는 의도가 까발려지는 분위기랄까. 이런 분위기를 스스로 감지하고 아마 본인이 말수습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약간 표정연기도 필요하다. 도대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알 굴리는 시선과 입을 움찔거리는 약간의 스킬이 있으면 더욱 좋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에코이스트(Echoist) 성향이 짙은 사람들의 경우 상대방이 무례한 언어로 나를 공격해 와도 쉽사리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를 無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발적인 無대응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의도된 無대응만이 무례함을 상대해야 한다.

에코이스트(Echoist)는 에코이즘적 성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에코이즘(Echoism)은 자기애성 인격장애인 나르시시즘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기애적으로 보일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이다. 이타적인 성격이 강해 남을 항상 배려하고, 문제발생 시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강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싫은 성향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무례한 말들에 상처받지 말자

(무례한 말들 = 오렌지 나뭇가지)


『내면소통』김주환 교수는 상대방의 말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오렌지 나뭇가지'를 연상하라고 이른다. '오렌지 나뭇가지'를 아는가. 본 적 있는가. 물론 오렌지가 있으니까 오렌지 나무도 있고 나뭇가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일 수확하는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볼 일이 거의 없다. 즉, 오렌지 나뭇가지는 내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미지의 물체인 셈이다. 상대방 무례한  오렌지 나뭇가지와 같은 나와 전혀 관련 없는 말이라고 여기면 어떨까.


욕설까지는 아니라도 무례한 말을 들었다면, 들은 그 말들을 오렌지 나뭇가지로 치환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와 전혀 관련 없는 말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기에도 시간은 늘 충분하지 않다. 나와 크게 관련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뱉은 크고 작은 무례한 말들에 상처받지 말길.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오렌지 나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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