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토의 순간
주말부부 시작한 지 한 달째,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새벽 3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나 할 말이 있어..."
목소리가 떨립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모든 걸 말했습니다.
카드빚
대출
해외선물 손실
그동안의 거짓말들...
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흐느낌...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 무너지는 순간
다음날, 어머니께 전화드렸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말씀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얼마나...?"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
숫자를 말씀드리는 순간,
"악!" 하는 비명과 함께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아버지의 고함 소리...
## 자살 시도
그날 밤, 한강 다리 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립니다.
주머니 속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립니다.
와이프, 어머니, 남동생..
난간을 넘어서려는 순간
핸드폰에서 아이들 사진이 떴습니다.
첫째 돌잔치 때 찍은 사진...
둘째 태어난 날...
그 순간 모든 게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 과거의 그림자
## 어린 시절의 상처
중학교 2학년, 학원비 봉투를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서던 날.
"돈이 없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날부터 학원은 그만뒀습니다.
고3 시절, 모든 친구들이 듣는 특강.
"특강비가 얼마라고...?"
혼자만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재수 시절, 문제집값만 겨우 받아 도서관을 전전하던 나날들.
주변의 모든 친구들은 학원을 다녔지만,
나는 혼자였습니다.
## 청년기의 고단함
취업 후 받는 작은 월급.
매달 집에 보내는 생활비.
결혼은 꿈도 못 꾸던 시절...
의전원을 준비했던 것도,
사실은 돈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을까요?
## 도박의 시작
마이너스통장으로 시작한 주식.
처음엔 소액이었습니다.
ELW를 알게 된 후, 10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
순식간에 5000만원의 빚.
와이프와 결혼할 때도 이미 빚쟁이였습니다.
한번은 와이프가 제 빚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죠.
## 잃어버린 시간들
웨딩사진 찍는 날,
새벽까지 해외선물 차트를 보며 -280만원 손실.
첫째 돌잔치 전날,
크루드오일 선물로 -450만원.
둘째 출산 전날에도
밤새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380만원.
30대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차트, 손실, 빚... 그것뿐입니다.
# 현재의 후회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게 꿈만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난이 남긴 상처가
이렇게 커다란 파멸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빚쟁이로 살았던 지난 시간들.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했던 순간들.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거짓말했던 나날들.
잃어버린 건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신뢰, 자존심,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그 무엇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첫째 아이 돌잔치 전날
2016년 6월, 첫째 돌잔치 전날 밤.
에어컨도 없는 작은 원룸에서 노트북을 켭니다.
새벽 2시, 해외선물 시장 개장.
"이번엔 꼭 따서 돌잔치 비용 마련해야 하는데..."
손끝에서 땀이 흐릅니다.
"띠링-"
증거금 부족 알림.
-450만원... -630만원... -820만원...
순식간에 천만원이 증발했습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차트만 쳐다보다가
잠깐 거울을 봅니다.
퀭한 눈, 거무튀튀한 얼굴, 꺼진 눈빛...
돌잔치 사진에 이런 얼굴이 남겠구나...
아내가 깨어나기 전, 급하게 카드를 긁어 돌잔치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첫돌 사진 속 제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는데, 아빠는 생기 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더군요.
둘째 출산 전날은 더했습니다
2018년 3월, 둘째 출산 예정일 하루 전.
아내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저는 또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크루드오일 선물이 확실해..."
"출산 축하금이라도 마련해야..."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280만원
-450만원
-580만원
손이 떨려왔습니다.
아내한테 줄 출산 축하금은커녕, 병원비도 카드로 긁어야 할 판...
새벽녘,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거울 속 제 모습은 마치 좀비 같았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도박으로 피폐해진 얼굴...
"여보,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아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회사 일이 바빠서..."
또다시 거짓말입니다.
둘째 아이 탄생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머릿속은 손실을 만회할 방법만 가득했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도, 아내의 미소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 일상의 파괴
매일 밤 반복되는 악몽.
해외선물 차트가 눈앞에서 춤을 춥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식은땀...
아침마다 거울을 보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인데
얼굴은 마치 50대처럼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첫째가 "아빠 놀아줘" 할 때마다
"아빠 일해야 해..." 하며 도망쳤습니다.
실은 차트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죠.
저녁 식사 시간에도 핸드폰만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밥 먹여달라고 할 때도
눈은 주가와 차트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잠들 때면 늘 시계를 맞춰놓았습니다.
새벽 2시 해외선물 개장
새벽 4시 유럽장 마감
아침 9시 국내선물 시작...
아이들 웃음소리도, 아내의 걱정스러운 눈빛도
모두 흐릿하게만 기억납니다.
그때의 저는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요.
육체는 점점 쇠약해져갔습니다.
하루 2-3시간 자면서 버텼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손실을 볼 때마다 위장이 쥐어짜듯 아팠고
속쓰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거울 속 제 얼굴은 점점 더 검어져만 갔습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은 지워지지 않았고
피부는 거칠어졌으며
눈빛은 초점을 잃어갔습니다.
인생의 가장 빛나야 할 순간들...
아이들의 첫 걸음마
첫 생일
첫 운동회...
모든 순간이 도박의 그림자에 가려 희미해져버렸습니다.
지금 남은 건 거무스름한 얼굴의 사진들뿐...
그 시절 제가 얼마나 도박중독에 깊이 빠져있었는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